유치원에 대해 말씀드리기 전에 꼭 알아두셔야 하는 사항이 있어요. 베를린에서 마트 가고 쇼핑하고 문화생활 즐기는 데에는 영어로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고 문제가 없었는데요. 공기관의 행정 절차를 밟으면서 영어가 1도 통하지 않는구나를 많이 경험했습니다.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공기관을 거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거주지 등록, 비자, 유치원 등록, 인터넷 신청 등등, 특히 공무원들의 경우 영어를 할 수 있음에도 독일어만 사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어요. 독일이니깐 당연히 독일어를 구사해야 하는 건 맞겠지만 외국인에 대한 배려는 기대하지 않으시는 게 심신이 편하실 거예요. 이게 너무 두렵고 힘드실 거 같으면 통역사를 꼭 대동하셔서 함께 일처리를 하시기를 권유드려요. 저희는 맨땅에 헤딩으로 물어보고 싶은 말 독일어로 적어서 가거나, 못 알아들으면 독일어로 적어달라고 요청해서 구글 번역 돌리고 그랬네요. 이때 '아 우리가 독일에서 살아가야 하는구나.'를 절실히 느꼈던 거 같아요.
1. 교육비
베를린은 시에서 보육료를 100% 지원해주기 때문에 유치원 보육료가 100% 무상이에요. 다만 급식비는 자부담으로 매월 23유로씩 납부합니다. 그 외 들어가는 비용은 아이가 매일 싸가는 간식 도시락 비용, 반 회비 정도가 되겠네요.
2. 유치원 굿 샤인 신청하기
유치원을 구하기에 앞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 바로 굿 샤인을 신청하고 받아야 합니다. 어디에 신청을 하느냐, 거주하는 지역의 시청에 신청합니다. 시청에 아동청소년과 가 있어요. 그곳에 메일을 보내셔서 유치원 굿 샤인을 받고 싶다고 하면 최소 2주 후에 우편으로 굿 샤인 종이가 날아옵니다. 그러면 굿 샤인이 뭐냐? 굿 샤인에는 아이의 인적사항과 아이의 개별 식별 번호와 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나와있어요. 이 종이는 잘 보관하셔야 합니다. 독일에서는 기록과 보관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죠? 그중에서도 원본이 가장!! 제일!! 중요합니다. 이 원본 종이 잃어버리시면 절대 안 돼요~! 그런데 만약 잃어버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시 시청 아동청소년과 에 잃어버렸다고 연락을 하시면 잃어버려서 재발행한 카피본이라는 도장이 찍힌 종이를 다시 보내줍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으로 생각하시고 원본 절대 사수!!!!! 하시는 거 꼭 잊지 마세요~!! 앞으로 받게 되시는 모든 첫 번째 서류는 원본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본을 시도 때도 없이 인터넷으로도 출력할 수 있고 이것을 다 원본으로 인정해주지만, 독일은 아닙니다!! 직인이 찍힌 첫 번째 서류만 원본으로 인정하고 카피본 역시 원본에 대한 카피본이라는 내용이 있어야만 인정해주는 좋게 말하면 원리원칙의 나라, 안 좋게 말하면 융통성 없는 나라라는 점 참고하세요~!!!
자, 그러면 굿 샤인 받는 것까지는 크게 무리가 없으실 거예요. 여기서 잠깐! 굿 샤인 시간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맞벌이냐, 외벌이냐에 따라서 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달라집니다. 외벌이의 경우 6시간을 받을 수 있고, 맞벌이 직업이나 시간에 따라 8시간 혹은 맞벌이의 경우 최대 10시간까지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 또 아셔야 할 것은 독일이라는 나라는 케바케의 나라이기 때문에 외벌이임에도 불구하고 10시간을 받기도 합니다. 제가 그 행운에 당첨되었었거든요. 그렇다고 10시간을 맡겨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요. 간혹 맡길 수 있는 시간을 오버해서 픽업할 경우 교사들이 눈치 주기도 하고 어떤 교사는 1분도 봐주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시간을 넉넉하게 받는 것이 당연히 좋겠죠~ 필히 시간을 꼭 지켜서 픽업하시기 바랍니다.
3. 유치원 알아보기(국공립 vs 사립)
먼저 어떤 기관들이 있는지 알아봐야겠죠. 기관의 종류는 크게 국공립과 사립으로 나뉩니다. 국공립 종류에는 연령에 따라 다른데요. 모든 연령이 다닐 수 있는 킨더가튼이 있고 만 3세 혹은 만 4세까지 다닐 수 있는 키타가 있어요. 그리고 영아전담기관이 있어요. 대그룹이 싫다 하면 소그룹으로 보낼 수 있는 타게스 무터라는 것도 있어요. 타게스 무터는 보육 자격증을 가진 1인이 4명까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것을 말해요. 쉽게 말해 우리나라의 가정어린이집 형태라고 보시면 돼요. 가정집 같은 곳에서 물론 당연히 가정이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은 아니지만, 가정집을 빌려서 기관으로 사용하는 거예요. 다만 타게스 무터 이용 연령은 만 2세까지입니다. 사립은 기독교에서 별로도 운영하거나 법인으로 운영되는 형태예요.
국공립과 사립을 비교하자면, 크게 2가지예요. '무상이냐 유상이냐' 그리고'프로그램이 얼마나 다양하게 많이 있냐 없냐'의 차이예요. 베를린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운영방식은 오픈 방식이라고 해서 아이들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이에요. 일반적으로 한 반에 교사가 3명이 있고 아이들은 30명 정도 됩니다. 한 반이 사용할 수 있는 교실은 3개 그리고 화장실 1개, 급식 먹는 공간이 있어요. 이 부분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반마다 다르므로 참고만 하세요. 실제로 같은 유치원이고 명수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반은 교실 2개, 화장실 1개, 유희실 및 탈의실 1개, 급식 먹는 공간 1개로 총 5개를 사용하고 또 다른 반은 교실 2개, 화장실 1개, 유희실 1개 총 4개를 사용하기도 해요. 최소 사용되어야 할 공간이 대략 4개 정도 되는 거 같아요. 이 부분은 우리나라와 큰 차이라고 꼽을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교실에 많은 아이들이 이용을 하고 공동 화장실을 다 같이 이용하니까요. 오픈 방식의 가장 큰 포인트는 교실마다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하여 아이 스스로 어느 방에 가서 어떤 영역의 활동을 할지 선택하고 자신의 이름이나 사진을 붙이고 입장하는 방식이에요. 이때 교사는 크게 개입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는..... 아이들이 싸우거나 중재해야 할 때만 개입해요.
그리고 프로그램은 반마다 다른데요. 저는 한국에서 어린이집 선생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처음에 이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라테는~ 제가 한국의 어린이집에서 일할 당시, 우리나라는 전국이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했었는데요(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프로그램이라는 누리과정). 독일은 주마다 다르고 같은 주라도 기관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해요. 더 나아가 반마다 규칙이 다르고 특별 프로그램 운영방식도 조금씩 상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유치원 안에서 부모들이 선호하는 반과 선호하지 않는 반으로 나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유치원 전체 축제할 때 교사의 준비성을 엿볼 수 있는데요. 같은 주제로 작품을 만들고 심지어 같은 비용으로 어떤 반은 허접쓰레기(이렇게 표현할 정도로 허접했음), 어떤 반은 고퀄리티의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면 아무래도 부모들 시선에는 차이가 확 나겠죠? 물론 작품의 퀄리티가 좋다고 해서 그 교사가 백 프로 좋은 교사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교사의 열정과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 정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만약 둘째 아이가 있다면 이때 어느 반이 아이들에게 좋은 반 일지 눈여겨보시라고 속닥속닥 말씀드리고 싶네요.
지금은 이미 두 아이 모두 유치원을 졸업했고 부모들이 선호하는 반, 선호하지 않는 반 모두 경험해본 입장에서 반마다 운영방식이 다른 것이 교사들을 너무 경쟁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아이가 즐겁게 잘 다니면 된 거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외국 생활에서 모든 걸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은 없다는 걸 애저 녘에 내려놓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고 사실 맞는 말이잖아요. 내 아이의 행복! 이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겠나요. 일단 유치원 운영 방식이 아이들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교사보다도 친구가 더 중요했던 거 같아요. 한국의 운영 방식으로는 제 개인적으로 교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유치원, 예를 들면 프뢰벨 유치원의 경우에는 모든 반이 똑같이 프뢰벨 교육을 하지만, 일반적인 국공립 유치원의 경우에는 오픈 방식을 사용하고 교육이나, 운영 부분을 교사들의 재량에 맡기기 때문에 사전에 유치원에 정보를 얻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아는 지인이 먼저 그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면 정보를 얻기가 쉽겠죠. 하지만 저는 아는 지인이 없었기 때문에 어떠한 정보도 없이 유치원에 입학을 해야 했어요. 사립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이 굉장히 다양해요. 우리나라에서 제공되는 교육들이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유치원 교육비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점.
이제 본격적으로 내 아이를 보낼 유치원을 알아볼 차례입니다. 제가 베를린에 왔을 당시만 해도 유치원에 등록하는 것 역시 집을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쉽지 않았습니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기다려야 자리를 받을 수 있거나 그 이상 대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거든요. 우리나라는 자리가 있다면 내가 원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유치원, 어린이집을 찾아보고 상담받고 선택할 수 있지만, 베를린은 현재 교사 부족, 유치원 부족으로 인해 내가 원할 때 상담을 잡는 것도 쉽지 않고 내가 원하는 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국공립 기준). 집에서 가까운 유치원부터 멀게는 대중교통 20분 거리까지 입학 신청서를 제출하고 연락을 기다려야 합니다. 독일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뭐라고 했죠? 인내라고 했죠. 여기서도 인내는 시작됩니다. 구글 지도에서 유치원을 검색하여 모든 유치원에 메일을 보냅니다. 메일 연락이 안 오면 두 번 세 번 계속 보내고 전화도 합니다. 전화했는데도 계속 기다리라고 한다면 찾아갑니다. 찾아가서 꼭 보내고 싶다고 어필을 하셔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없다. 쿨하게 포기하시고 다음 순위의 유치원에 처음부터 똑같은 방식으로 문을 두드립니다. 오죽하면 베를린 현지인들조차 태아를 임신하자마자 유치원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에서는 독일에서 몇 년 전 난민을 대거받았던 점을 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난민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저출산이었던 독일이 아이들이 많아졌고 그로 인해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지요. 이래저래 힘든 직업군에 속하는 유치원 교사들은 매년마다 파업 및 데모 시위를 하곤 한답니다.(급여 인상, 복지, 근무환경개선 등) 단, 초등학교 입학 준비생의 경우에는 베를린 시청에서 바로 보낼 수 있는 유치원과 연락해주기도 하고 유치원에서 바로 자리를 내주기도 합니다. 이것은 법적으로 초등학교에 입학 전 아이는 무조건 유치원에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에요. (독일에서는 만 5~6세가 여기에 해당돼요. 만 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이지요.)
4. 유치원 입학하기
유치원에서 연락을 받으셨나요? 그렇다면 방문 예약 날짜도 받으셨을 거예요. 방문시간 꼭 엄수하셔서 아이와 함께 방문합니다. 우리 가족만 초대했을 수도 있고 다른 가정도 함께 초대받았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원장으로 보이는 행정 운영 담당자의 설명을 들으며 유치원 라운딩을 합니다. 우리 아이가 다니게 될 반 구경도 하고 유치원 놀이터도 보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의응답도 하고요. 그런데 여기서 애로사항은! 이 담당자의 경우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담임교사들은 영어를 할 수 있는 경우가 더 많으니 큰 걱정 안 하셔도 됨.) 저희는 '베를린이니깐 영어로 얘기하면 되겠지' 하고 그냥 방문했다가 이 담당자와 한마디도 못하고 말 못 하는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하고 유치원 입학원서만 받아서 쓸쓸하게 돌아왔었네요. 그래도 입학원서를 받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서류! 중요하다고 했죠! 중요한 서류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주지 않아요! 입학 원서는 확정된 사람에게 주는 것이거든요~! 집에 와서 구글 번역기 돌려가며 잘 작성하시면 됩니다. 한국의 입학 원서랑 크게 별반 다르지 않아요. 아이 인적사항, 부모 인적사항, 아이 발달 정보, 전달 사항 등 이런 것들이라 작성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으실 거예요.
5. 유치원 적응하기
모든 유치원에는 적응 프로그램이 있어요. 베를린은 4주 적응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요. 이것 또한 담임교사 재량으로 아이의 상태에 따라 부모와 조율하여서 시간을 늘리거나 단축하거나 할 수 있어요. 첫째의 경우에는 만 3세에 입학했고 태어나 처음 다닌 기관이었는데도 잘 적응해주어서 일주일 만에 끝났고요. 둘째의 경우에는 만 1세였기 때문에 천천히 시간을 늘리며 잘 적응해가고 있었는데 적응을 담당했던 담임교사가 한 달간 휴가를 내는 바람에 도로아미타불 되고! 이때 느낀 건, 유치원 교사가 한 달 휴가라니?????????? 아주 놀라워했었네요. 한국이었다면 가당치도 않는 일 아닙니까! 라테는 말이야 어?!!!! ㅋㅋㅋㅋㅋ 근무 환경에 대해서는 이 아래에서 말씀드릴게요. 할 말이 많습니다. 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둘째는 처음보다 더 경계심을 갖게 되었고 한 달의 적응기간을 지났지만 적응하지 못해서 결국 제가 한 달을 같이 다니게 됩니다............... 그러면서 교사들의 근무 환경이나 태도를 많이 봤던 거 같아요. ㅎㅎㅎㅎ 우여곡절 끝에 총 3달 만에 둘째 적응 완료. 이때 친정엄마가 와계시지 않았더라면 못했을 거예요. 두 아이를 동시에 어떻게 적응을 시키겠습니까. 남편분들! 꼭 도와주셔야 합니다!! 직장 생활도 중요하지만요. 하긴 중요하지 않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도 아이들 적응기간에 도와주시면 독일 생활이 편하실 거예요.!
6. 앨턴 아벤트(부모 오리엔테이션)
'못 알아들어도 가서 앉아있어라. 들어보면 별 거 아니다.'
유치원 선생님 소개 , 부모 소개, 하루 일과 안내, 특별 프로그램 소개, 학부모 대표 총무 뽑고 마지막 질의응답 끝.
그냥 앉아있다만 오는 것 또한 굉장히 큰 어필이 됩니다. 제가 느낀 독일은 부모가 아이에게 얼마나 관심 있느냐를 보는 것 같았어요. 아이를 픽업할 때 부모와 아이의 관계도 잘 살피는 편이에요. 그러므로 겁먹지 말고 꼭 가서 앉아있고 독일어 못하면 영어로 자기소개하면 되고요. 자기소개도 간단하다. "나는 누구 엄마입니다 반갑습니다." 끝. 요정도는 독일어로 준비해 가실 수 있잖아요. 저는 준비해서 열심히 했는데 발음이 개 구렸는지 환호성과 박수를 받고 속으로 '괜히 했나 이불 킥 백만 년짜리!!!!!'하고 외쳤더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에 스스로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이렇게 노력을 해야지 자꾸 주눅 들고 쭈그러들면 독일 세상으로 들어가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렇게 계속 참여하다 보면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읖는다고 3년째 앨턴 아벤트는 못 알아들어도 대충 '지금 무슨 주제가 나오는구나' 학부모 대표 뽑을 때 '동의하면 손 드는구나'를 눈치로 알게 돼요. 처음엔 '왜 다 손 들지' 어리바리했는데 나중에는 다 들면 같이 들고 다 내리면 같이 내리게 되더라고요 ㅋㅋㅋ
7. 학부모 상담
베를린은 국제적인 도시답게 영어가 통하는 도시예요. 오죽하면 '베를린은 독일이 아니라 새로운 또 다른 나라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지요. 그렇다고 모두가 영어를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저는 운이 좋게(?) 영어를 하는 담임교사를 만나 아이의 첫 유치원 적응을 잘 도울 수 있었어요.
유치원 상담은 1년에 2번 해요. 새 학기에 1번 학기 말에 1번. 새 학기에는 아이에 대한 정보와 부모의 교육관을 공유하는 자리이고 학기말에는 유치원에서 아이의 성장발달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눠요.
8. 끝난 것 같았던 유치원 적응 및 팁
첫 아이가 유치원 적응을 빨리 끝내서 잘 다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데리러 갈 때마다 매일 혼자 앉아서 울고 있거나 혼자 그림만 그리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에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던지. 그림을 제일 좋아하고 잘 그리던 아이가 어느 날은 제게 유치원에서 맨날 혼자 앉아서 그림만 그리니깐 그림 그리기 싫다고 말하더라고요. 자기가 제일 좋아하던 그림이 싫어질 정도로 그렸을 그 마음을 생각하니깐 정말 마음이 찢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었어요. 아이를 위해서요. 아이의 친구를 사귀어주기 위해 플레이 데이트하려고 독일인들에게 먼저 말 걸고 자기들만의 그룹이 있었는데 그 그룹에 들어가려고 애를 썼던 시기였네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그룹에 안 껴줘서 들어가지 못했고요. 한 아이의 엄마가 제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었는데 그 친구랑 베프가 돼서 지금까지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요. 그 친구는 베트남에서 온 친구인데 베를린에서 태어나 자라 독일어를 굉장히 잘했었어요. 그 친구 덕분에 유치원도 잘 다닐 수 있었고, 독일어도 많이 배웠어요. 참 고마운 친구죠. 이런 친구 한 명 있으면 유치원 생활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할 수 있어요. 물론 그 친구가 아파서 결석하거나 일이 생겨 못 오는 날에는 조금 우울하겠지만요.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독일에 거주하러 왔고 기간이 길든 짧든 있는 동안에 아이를 위해서 꼭 노력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거든요. 생각해보세요. 외모도 언어도 다른 세상에 아이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현실을요! 얼마나 무섭고 두렵겠어요. 그런 아이 앞에서 똑같이 무서워하면 부모를 통해 아이의 자존감은 낮아지게 돼요. 그런데 부모가 아이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 역시 자신감을 가지고 그 세상에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는 거 같아요.
또 한 가지 유치원에서 행사하면 꼭 참석하세요. 보통 반 행사할 때 각자 먹을 것, 마실 것 준비해서 만나는데 한국 음식 호불호 없는 걸로 준비해 가시면 인기 폭발일 거예요. 이때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하니 적극적으로 다가가셔서 한 두 마디라도 꼭 하세요. 선생님하고도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니 궁금했던 것들 물어보실 수도 있어요.
9. 배변 훈련
한국에서는 기관에서 배변 훈련을 시켜주고 양치도 시켜주는데, 베를린은 그렇지 않아요. 배변 훈련? 집에서 부모가 시키는 거예요. 물론 기저귀는 갈아줍니다. 그러나 교사를 잘못 만나면 하루 종일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 늘 발진을 달고 살게 될 수가 있어요. 둘째 아이의 경우 배변 훈련 마지막 단계에서 유치원에 가게 됐거든요. 같이 화장실 가서 바지 벗는 것을 도와주면 변기에 쉬할 수 있는 단계였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혼자 바지를 벗고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셔서 할 수 없이 다시 기저귀를 차고 유치원에 다닐 수밖에 없었어요. 물론 집에서는 기저귀 없이 변기에 대소변을 가렸지만, 유치원에서는 기저귀에 대소변을 봐야 했으니 아이가 얼마나 수치스럽고 찝찝했겠어요. 그래서 둘째 아이는 유치원에서 대소변을 꾹 참았다가 집에 오면 곧 쌀 듯이 부랴부랴 화장실로 달려가기 바빴어요. 그 모습이 어찌나 안타깝던지.. 나중에도 소변은 유치원 화장실에서 볼 수 있게 되었는데 대변은 꼭 집에서만 쌌어요. 그래서 변비가 생기기도 했고 대변보는 걸 힘들어할 때도 있었어요. 본인 스스로도 기저귀에 대변 보는 걸 썩 좋아하지 않았고요. 한 번은 유치원에서 대변을 봤는데 기저귀 갈아주는 선생님이 너무 아프게 닦았나 봐요. 엉덩이가 빨갛고 심지어 똥도 깨끗이 안 닦여 있었.........................................ㅜㅜ. 그 후로 유치원에서 절대 대변을 안 봤던 거 같아요. 이때가 만 2세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게다가 영아반의 경우에는 오픈된 화장실이에요. 화장실에 문이 없어서 변기에 앉아서 볼일 보는 게 전부 다 노출돼요. 그래서 아이가 유치원 화장실 이용하는 것을 더 꺼려했었어요. 그리고 독일에서는 만 3세까지 기저귀 차는 아이들이 더러 있어요. 쪽쪽이도 만 4세까지 하는 애들도 많고요. 억지로 떼거나 하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둘째 아이는 만 2세를 꽉 채우고 방학 동안에 집에서 기저귀를 완전히 뗐어요. 그럼에도 유치원에서는 절대 대변을 보지 않았죠. 그렇게 둘째 아이는 4년 다닌 유치원에서 대변을 1번도 보지 않고 졸업하게 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아휴.
10. 유치원 교사에 대한 쓸데 있는 이야기
우리나라는 유치원 교사, 보육 교사 급여가 박봉으로 유명하죠. 제가 근무 당시에도 야근은 뭐 당연시되었고 박봉에, 청소부인지 교사인지, 프로그램 계획하고 준비하고 서류 작업까지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어요. 저는 교사라는 직업을 명예직이라고 생각하고 오직 사명감을 갖고 일했었던 거 같아요. 복지, 근무 환경, 급여 등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게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독일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달라 보이더라고요. 둘째 아이 적응 기간에 한 달 정도 그 반에서 같이 지내면서 느낀 점은 근무자 입장에서는 우리나라보다 근무 환경이 개꿀인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청소 안 해~(청소부가 따로 있음), 급식 배분 안 해~(만 1세부터 가능하다면 아이 스스로 자율 배식), 프로그램 계획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애들 다치나 안 다치나도 자세히 보지도 않아~, (물론 모든 교사를 싸잡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유치원을 경험한 한국분들과의 경험이 대체로 비슷하더라고요ㅠㅠ) '여기서는 참 편한 직업이다.'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말입니다! 우리나라에 비해서 근무 환경이 좋다는 것이지 독일 직업 군 내에서는 독일 또한 유치원 교사라는 직업이 비인기 직종이었습니다. 삼디 업종이었고요. 타 직종에 비해 박봉이었고요. 보조교사가 부족하여 근무 환경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고요. 참.. 유치원 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중요한데!!! 제가 유아교육을 공부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영유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다 알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 옛날 보모로 시작한 직업이라지만 지금 시대에 맞게 개편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엉엉
자 교사 편에서 말했으니 이제 부모 편에서 말해볼까요. 부모 편에서는 한국이 왕입니다요. 한국 교사들 서비스직인 줄? 부모에 대한 서비스가 얼마나 좋습니까. 독일에서 그런 서비스 기대 1도 하지 마세요. 단언컨대 없습니다!!! 서비스가 뭔가요?! 내 인사라도 잘 받아주면 땡큐죠. 한국에서는 매일매일 원아수첩(지금은 키즈노트)에 사진에 육아 일기장이 따로 없지요~ 여기는 그런 거 1도 없고요. 등 하원 시에 교사랑 얘기 나눈다? 가능은 하지만 열에 아홉은 '오늘 잘 지냈어' 정도, 인사라도 하면 다행이게요. 준비물 있을 때도 게시판에 붙여놓거나 메일로 보내고요. 따로 특별하게 안내문 종이를 만들어서 보내지 않아요! 아, 지금 한국도 안내문 종이 나가는 거 없어졌나요? 제가 너무 옛날 사람인가요..... 요즘은 다 앱으로 하죠?!! 한국은 뭐 미래 세계 같아요. 여긴 아날로그 시대라서 앱 같은 거 없어요. 누가 들여오면 대박 나겠지만 교사들이 그걸 사용해줄지???? 사립에서는 도입 가능할지도 모르겠어요. 여기도 사립은 경쟁이니깐요. 하지만 개인 정보에 워낙 민감한 곳이라 내 아이 사진 찍는 것는 필수로 동의서를 받더라구요!! 포트폴리오는 매년 말에 교사들이 아이들 발달사항 등을 포함한 것인데 한국에서는 얼마나 멋지게요! 얼마나 이쁘게 잘 만드나요! 여기는요~ 그냥 네. 기록. 그 이상 이하도 아니고요 그마저도 빈칸, 빈 페이지가 너무나 많아요!!!!! 아이들 작품이요? 기대하지 마세요 ㅎㅎㅎㅎ 그냥 내 아이가 유치원에서 다치지 않고 그럭저럭 잘 지냈다 그거면 최고 와따!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경험적 에세이적 기록이므로 참고만 하시기를 바랍니다. 누누히 말씀드리지만, 주마다, 기관마다, 반마다, 교사마다 케바케, 복불복!!!!!!
다음편은 [초등학교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