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오고 독일어를 배우기 위해 온라인 튜터에게 공부를 배웠던 적이 있다. 횟수로는 10번도 되지 않지만, 당시 독일인과 대화할 기회가 없었던 나는 온라인 튜터와 회화를 하면서 내가 하는 말을 상대가 알아듣는지, 소통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곤 했다. 당시에는온라인 튜터 일을 하게 될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었다.
온라인 튜터를 하게 된 계기는 한국어 강사로 일하기 전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 접근도 용이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무엇보다 위험부담(?)도 적었다. 그렇게 나의 온라인 튜터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한국인 튜터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에 놀랐고, 두 번 째는 한국어에 관심 있는 외국인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에 놀랐다.
한국어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일단 한국에 대한 관심이 있는 상태여서 나는 자연스럽게 K국뽕이 차올랐다. 한국어를 가르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수록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러워졌다. 외국 나오면 애국심이 생긴다는 건 이미 경험해서 알고 있었지만, 나의 모국어로 일을 한다는 것은 더욱 애국심이 생기게 하는 데 충분히 차고 넘쳤다.독일어로 '헬'은 밝다는 뜻인데 유럽에서의 한국은 아주 밝았다! BTS의 리더가 한 인터뷰처럼 K라는 브랜드가 생겼다는 걸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K팝, K푸드, K드라마, K영화, K코스메틱 등 'K'가 붙으면 일단 믿고 보는 시대가 온 것만 같다.
때로는 한국인인 나보다 학습자들이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기도 하고 새로운 뉴스나 정보를 나에게 전달해주기도 한다. 또 내가 모르는 신조어와 은어들을 물어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항상 신기하고 재밌고 감사하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는 찬밥 신세다. 오히려 외국에서 한국의 가치를 더 알아주는 것 같다. 이곳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어떨까? 내가 만난 독일 친구들은 "한국인은 똑똑하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인 경험이 있는 교사의 경우 한국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다. 처음에는 공부 잘하는 애들만 나왔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공부 잘하는 아이라 함은 성실함을 가진 아이였다. 한국인들의 성실함이 공부 잘하는 아이를 만들고 일 잘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큰 힘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거기에 책임감 또한 엄청 강한 편이어서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내는 끈기(악)가 더해져 남들이 보기에 똑똑해 보이는 건 아닐까 싶다.
한국어 강사를 하기 전에는 한국에서의 한국어 강사 실태를 전혀 알지 못했다. 당연히 모국어인 한국어 교육이니 대우가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자격 이름은 교원 자격증이지만 소속은 교육부가 아닌 문체부이며, 한국어 강사의 시급과 페이는 몇 년째 동결이다. 오히려 외국에서 일하는 한국어 강사의 대우와 페이가 훨씬 더 좋다. 참, 씁쓸한 일이다. 한국에서 한국어 강사 일자리를 따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데 유럽에서는 핫한 한국 덕분에 한국어 강사 일을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언어는 단순히 내가 그 언어가 모국어라서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무리 언어에 대해 잘 알고 있어도 학습자가 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하다. 교재 역시 좋은 교재, 나쁜 교재는 중요하지 않다. 본인이 가르치기에 보기 편한 교재 그리고 학습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는 교재면 충분하다. 그 밖에도 학습자와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느냐가 그 학습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나는 외국에서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여러 강사들의 다양한 교수법을 경험했다. 모든 교사가 나에게 좋은 교사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렇게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 데이터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내가 학습자였었기 때문에 외국어를 배우는 학습자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우리나라 고유 언어인 한국어를 지키기 위해 역사 속에 수많은 분들의 수고와 감사를 절대 잊지 말고 한국에서 한국어 교육에 대해 높이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더불어 한국어 강사의 처우 개선이 하루빨리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