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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 Jul 27. 2023

인종차별보다 힘든 건 같은 동족으로부터의 상처

 인종차별은 무지한 놈들이라고 욕하며 이렇게 저렇게 넘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날의 기분만 버리면 된다. 하지만 같은 고국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하루로 끝나지 않고 사는 내내 아프게 한다.


 외국 나오면 같은 고국 사람 만나는 게 엄청나게 큰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마치 가족이라도 만난 냥, 나를 다 이해해 줄 것만 같고 간이고 쓸개고 내주며 친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을 갖게 된다. 그러나 관계라는 것이 어디 그리 쉽던가. 각자의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언제나 같은 마음일 수 없고 어느 순간 만남이 불편해지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나도 나를 잘 모르고 가까운 가족도 잘 모르는데 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그저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너무 많은 걸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걸 수많은 만남과 관계를 통해 상처받고 상처 주며 알아가게 된다. 그 끝에는 조금은 냉랭한 조금은 이기적인 내가 있겠지만 그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생존하기 위한 방법이었을 테니까.




  인연이란 서로의 삶에 타이밍이 맞아야 하는 것 같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은 그저 긴 인연이 아니었을 뿐이니 스쳐가는 인연 때문에 상처받고 길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독일에서 살아가는 것은 때때로 정말이지 녹록지 가 않다. 그러다 보니 누구에게나 저절로 생긴 자기만의 방어용 무기들이 있다. 그것이 상대를 해치려거나 피해를 주려는 의도는 절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 그러한 반복된 경험들은 우리가 보다 관계에 무뎌질 수 있는 훈련 같기도 하다. 그리고 마음이 좀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인생은 참 재미있다. 어느 시점에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낄 때면 꼭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마치 조물주가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치유하게 하는 것 같다. 독일이 진절머리 나게 싫을 때 독일인으로부터 위로받게 하시고 한국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으면 또다시 한국인으로부터 위안받게 하신다.



 


 독일에 처음온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국인 찾기 바쁘다. 한국인을 보면 반갑고 친구가 되고 싶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들을 경험하고 지나오게 되면 사람을 만날 때 국가를 가리는 게 아니라, 사람을 가리게 된다. 꼭 한국인이 아니어도 좋은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물론 한국인도 있지만, 독일인, 제3 국의 외국인 등 출신국가와 상관없이 케바케라는 걸 경험하게 되면 점점 좁은 시선을 거두고 열린 태도를 가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같은 동족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아픈 이유첫째로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부터 기대를 많이 하고 쉽게 내어준 마음 때문이다. 두 번째는 같은 문화권이다 보니 서로의 정서와 문화언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보니 서로에게 전달되는 마음을 고스란히 받아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살 때를 생각해 보면 한국인이라고 모두와 관계가 좋고 모두가 내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 누구라도 그럴 수는 없다. 그런데 타국이기 때문에 같은 동족이라는 이유로 쉽게 내어준 마음 탓에 쉽게 상처받는 것이다.


 같은 국인이라고 아무나 덥석 사귀어서는 안 된다. 안 그래도 팍팍한 외국 생활 속에서 내 삶을 집중해서 살아가기도 힘든데 굳이 같은 동족에게서까지 상처를 받을 이유가 없다.


 외국 생활을 하면 할수록 나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그것에 겉보기에 차가워보일 수 있지만, 내 인생을 남이 대신 살아주는  아니니까 그렇게 보일지언정 나에게 내 가족에게 집중하는 삶을 사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상처받았던 날들, 상처받고 있는 날들 모두 흘려보내고 나를 더 단단하게 하는 날들로 채워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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