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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 Aug 29. 2023

쓰레드가 뭐예요?

하던 게 편하다.

 정보 홍수 속에서 살면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점점 뒤로 물러나고 있는 세대로 가고 있다. 최신형 핸드폰이 나오면 바꾸기 바빴던 때가 있었고 종류에 상관없이 조작이 가능했던 내 손가락은 이제 굳어져 가는지 내 맘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얼마 전 한국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 나에게 살며시 눈치를 살피며 다가오신 엄마는 핸드폰으로 인터넷 결제를 해 줄 수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나는 흔쾌히 당연히 가능하다며 5분 만에 인터넷 결제를 해드렸다. 엄마는 옅은 미소를 띠며 네가 있어서 이런 것도 부탁하고 좋다고 말씀하셨다. 마음이 시큰해졌다. 언젠가 엄마는 이것도 모르냐고 답답하다고 소리쳤던 내가 떠올라 미안한 마음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물을 삼켰다. 엄마의 모습이 곧 내 모습인 것을.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 핸드폰 조작방법을 단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데 처음부터 작은 고사리 손을 움직여가며 잘도 만진다. 알려주지 않은 온라인 게임 방법은 어떻게 알았는지 나보다 더 잘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아이들도 자라서 나처럼 엄마는 왜 그것도 모르냐고 소리치는 날이 오겠지. 기분이 묘해진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게 이런 걸까? 나이를 운운하기엔 나는 너무나 젊지만, 새로운 정보와 미디어를 따라가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쓰던 게 편해져가나 보다. 살던 동네가 편하고 알던 사람이 편하고 살아온 방식이 편한 것처럼.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아빠의 핸드폰을 교체해 드리는 일이 있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내가 직접 핸드폰 교체를 못 해 드리고 공항 출국 수속을 밟는 줄에 서서 전화로 아빠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두 번 세 번 설명해 드렸다. 마치 내 아이에게 당부하듯이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마치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 것 같은 심정을 느꼈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KT 지사에 방문해서 신분증 보여주고 새로운 핸드폰 기기만 찾아오면 되는 일인데 나는 뭐가 그리 걱정이 되어서 한 번 말해도 될 것을 세 번이나 확인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아빠에게 몇 분 간격으로 전화를 걸어 잘 가고 있는지, 잘 도착했는지, 잘 받았는지, 작동은 잘 되는지 그 외 것들을 확인했다. 아빠 역시 아직 창창하신 나이시라 얼마든지 혼자 하실 수 있는 일인데 나는 뭐가 그렇게 걱정이 되었던 걸까.


 언제나 젊고 언제나 강한 부모님일 거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집 밖에 나서는 나를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늘 걱정하고 삶의 지표를 알려주시던 부모님이셨다.  물론 지금도 그러시지만. 그런데 언제부턴가 같이 삶을 논의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고 이제는 역으로 내가 부모님의 안위를 걱정하고 새로운 정보와 미디어 같은 새로움에 대해서는 부모님께 설명드리고 알려드리며 챙기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세월이 지나 나도 내 아이들과 그러한 관계로 변화되어 가겠지. 많은 생각이 든다.


 



 나는 인스타를 한다. 처음에 인스타가 출시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때 그깟 소셜 미디어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깟 인스타가 주는 영향력을 전혀 몰랐다. 유튜브도 그랬다. 난 그런 쪽으로는 관심도 없고 뒤쳐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독일로 갑자기 이사를 오게 되면서 친구가 소식 전하라며 인스타 계정을 만들어주었다. 이때는 계정 만들 줄도 몰랐다. 그러고 보면 나이랑은 상관없는 것 같기도 하다. ㅎㅎ


 아무튼 그렇게 만들어진 인스타 계정은 가끔 지인들과 소통하는 통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갑자기 인스타툰을 하기 전까지는. 인스타는 말 그대로 나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작용했고 인스타를 통해서 학연, 지연이 아닌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없는 디지털 인연을 만들 수도 있었다. 특히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졌거나 나의 이야기에 같이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악기능만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의 부정적인 시선이 순기능을 경험하면서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뀌어갔다.


 그렇게 앞서 가는 세대에 막차를 타면서 잘 가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새로운 소셜 미디어가 출시되었단다. 이제 좀 적응해가고 있는데 우 씨. 이름도 쓰레드. 사람들이 쓰팔 쓰팔하던게 욕인 줄 알았는데 쓰레드 팔로우의 줄임말이었다. 나 참. 게다가 쓰레드에 가입하면 인스타와 연동할 수가 있는데 인스타 프로필에 @숫자 가 나타난다. 이것은 내가 몇 번째 가입했는지 순서를 뜻한다. 마치 인스타그램이 처음 출시 되었을 때 가입한 회원들에게 부여되는 터줏대감 같은 초기 멤버라는 배찌? 난 핫하기 전부터 가입했어 내가 여기 오래된 고인 물이야? 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쓰레드가 뭔지 가입해보려고 했더니 내가 살고 있는 독일 국가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단다. 우회해서 가입하는 방법이 있다 해서 봤더니 그것도 이제 차단되었단다. 아무튼 쓰레드를 왜 독일에서 사용할 수 없는지 찾아봤더니 데이터 보호 문제 때문이란다. 현재 100개국에 출시되었지만 EU국가에 출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정말 방법이 없나 찾아봤더니 구글 계정에서 국가 정보를 변경하면 가능하다네? 이런 허점이~ 하고 들어갔는데 국가 변경은 1년에 1번만 가능하대. 난 작년에 어플 결제하면서 국가를 독일로 변경했었고 그 기간이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아서 결론은 못한다! 에잇. 못한다 하니깐 더 하고 싶은게 사람 심리라지만 난 아직은 하던 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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