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릴 적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배워왔다. 그래서 무엇을 하든 정신 바짝 차리고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 하루들이 쌓여 인생이 행복해졌나? 되돌아보면 꼭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가끔은 정신 줄을 놓고 멍 때릴 때가 더 나을 때도 있었다. 수학에는 정답이 있지만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남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또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삶이라면 그것이 바로 나만의 인생 정답이 아닐까.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느슨한 모습이었던 것 같다. 바람이 꽉 찬 바퀴가 아니라 바람이 적당히 들어간 상태의 바퀴처럼.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방향이 명확했다.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잘 사용할 줄 알았으며 자신이 어떤 길로 가야 행복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나사 하나 빠지면 큰일 날 것처럼 살았던 나는 머리에 구멍이 뽕~ 뚫리는 것만 같았다. 맞다. 사람이 어떻게 매일 매 순간을 긴장하며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탈이 나기 마련이다. 번아웃이 바로 그것이다. 바퀴에 바람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바퀴는 터지고야 마는 것처럼 번아웃이라는 친구를 격렬히 만나고 싶지 않다면 에너지를 적당히 사용할 필요가 있다.
어느 음악프로에 나온 박진영이 한 말이 이슈였던 적이 있었다. 공기반 소리반. 인생도 공기반 소리반처럼 살면 밸런스가 딱 맞을 것 같다. 이 말은 내가 가진 에너지를 적절하게 잘 조절할 줄 알아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순간에만 정신 차리고 집중하고 그 외 시간에는 느슨해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말에게 채찍질만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가끔 당근도 주어야지. 게다가 늘 긴장하는 삶은 불안을 동반한다. 그래서 쉬라고 해도 쉬지 못하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한 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심해지면 우울이 되어 계속해서 나를 채찍질하고 다람쥐 챗바퀴에 내가 나를 집어넣고 쉬지 않고 달리게 하다가 결국에는 무너져버리게 한다. 우리는 자신을 좀 더 아낄 필요가 절실하다!
독일에서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완벽하게 말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오히려 언어를 배우는 속도가 더뎌지고 그러다 보면 난 능력이 없구나 자존감도 낮아지고 결국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한다. 완벽하지 않으면 어떠한가, 긴장 풀고 그냥 소리를 내뱉으면 되는 것을. 아이가 처음 말을 배울 때를 생각해 보면 답은 이미 나와있다. 아이가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해야지만 비로소 엄마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게 되듯이 외국어도 수없이 반복하고 사용해야지만 내 머릿속에 입력이 딱! 된다. 심지어 장기기억 속에 들어갔다고 생각한 단어조차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잊어버리는 것이 외국어다. 그런 외국어를 완벽하게 말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나. 우리는 이것을 단기간에 이루려고 하기 때문에 탈이 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너무 옥죄기보다는 천천히 가더라도 조금 더 가볍게 갈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은 공기반 소리반처럼 에너지도 힘도 적당히 사용할 것. 완전히 방전될 때까지 사용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