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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 Feb 25. 2023

독일에 대한 환상은 이제 그만

다행히 언젠가 그 환상에 다다를 수 있긴 합니다.

 앞서 독일에 대해 안좋은 인식을 가진 사람처럼 글을 작성한 건 같아 오해없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자 더 적습니다. 시중이나 매체를 통한 독일에 대한 내용들을 보면 너무 좋은 내용들이 많더라구요, 물론 그 내용들이 거짓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그런 매체를 통해 독일에 대한 환상을 가득 가졌었더랬죠. 


 그러나 제가 직접 경험하고 살아보니 환상은 온데간데없고 실제 삶은 서바이벌이였습니다. 


 알려진 내용들은 가진 자들만의 여유였고, 외국인으로 외노자로 이방인으로 살아가려면 내 가치를 독일이라는 나라에 매일 증명해가면서 살아내야하는 현실이었어요. 그들은 우리를 위한 배려는 있지만 그것이 의무는 아니었고 또 우리를 기다려줄 만큼 인내심도 없었죠. 어쩌면 당연한 것이죠. 마침 코로나바이러스도 유행해서 아시아인으로 내 밥그릇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혹독했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긴 올까 하며 한 해, 두 해, 세 해 지나고 어느덧 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네요. 독일어를 공부하면서 느낀 건 독일어를 잘하면 잘할수록 내가 가질 수 있는 여유의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는구나 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쉽나요? 여전히 독일어라는 관문 앞에서 아둥바둥하면서 마치 계속해서 헤엄치지 못하면 그대로 가라앉아 추락하고야마는 상황처럼 쉼없이 발을 저어야했습니다. 여전히 변한 건 없고요. 행여 지쳐서 가라앉으면 가라앉은 채 우울이라는 감정에 갇혀 한 동안 힘들어하기도 했습니다. 그 기간이 짧을 때도 있었고 길 때도 있었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긴 한건지, 제자리에 멈춰있는건지 아니면 뒤로 가고 있는건지 판단이 서지 않을때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어서는 안되었죠. 


 어떤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힘든 과정 끝에 결실을 맺긴 맺었고, 이제 한시름 놔도 되겠다 싶었지만 역시나 그것이 끝은 아닙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때로는 내가 왜 앞으로 나아가야하는지 삶의 방향을 잃어버릴 때도 있습니다. 고국에서의 삶도 마찬가지겠지만, 외국에서의 삶은 방향을 잃지 않고 목표한 바를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비자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영주권을 받기 전까지는 비자 기간이 정해져 있고 정해져 있는 기간안에 우리는 빠른 성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이 독일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증명해낸 자만이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 내 속도대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비자가 해결된다면 우리가 최초에 가졌던 환상과 조금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동안 아둥바둥 노력한 가장 큰 이유는 비자였으니까요. 안전한 비자를 획득하고 나면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권리와 꿈꾸었던 유럽의 여유로운 삶을 살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장점들을 볼 수 있을테니까요. 때로는 그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허무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야하는 현실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존버하는 것이 포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생활에서 가장 뼈져리게 느낀 것은 바로 인생은 존버다!!!!!!!!!!!!!!! 다행히 존버는 언제나 승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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