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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 Jul 08. 2023

이중언어 환경에서 모국어와 외국어 뭐가 더 중요할까요?

말해 뭐해

 독일에서 독일어 배우느라 힘든 아이들에게 한국어까지 빨리 잘하라고 압박을 넣을 수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모국어를 2순위로 둘 수는 없었기에 어떻게 하면 한국어와 독일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가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는데 역시나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더라고요. 책을 많이 읽히는 것!!


 아이들은 한국어를 잘하는 상태에서 독일로 이사 왔었기에 다행히 지금까지 한국어를 잘 사용하고 있지만, 독일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해도 집에서 한국어 사용량이 많고 한국어 책을 많이 접한 아이는 확실히 한국어 실력이 좋다는 것을 보게 됐어요. 물론 발음이나, 억양 그리고 쓰기에서 맞춤법을 교정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지만요.


 외국에 사는 한인 가정의 경우 이중언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특수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한 이유로 간혹 부모들 중에서 현재 거주하고 있는 나라의 언어를 더 빨리 습득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경우 모국어를 습득하는 결정적 시기를 놓쳐서 나중에 모국어를 습득하려고 하면 어려워 흥미를 잃거나 포기할 수가 있어요. 우리는 외국에 사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 나라에서 태어나고 그 나라 언어를 잘한다고 한들 우리의 뿌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고 아이의 모국어 또한 한국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아요. 모국어는 자신의 정체성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며 아이들은 언어 습득에 있어서 성인보다 몇십 배나 빠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모국어를 습득하는 결정적 시기를 놓칠 수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모국어 중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외국어는 모국어가 자리 잡은 후에 해도 절대 늦지 않아요.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언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는 모국어에 한해서만 적용이 된다는 점이에요. 모국어가 탄탄한 아이일수록 제2 언어, 제3 언어를 빠르고 높은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이 말인즉슨, 외국어는 어느 때라도 습득이 가능하지만, 모국어는 결정적 시기를 놓치면 습득하기 어렵다는 것이에요. 그러므로 모국어에 대한 중요성 및 적기성에 대해 인지하고 아이가 모국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이중 언어 환경 속에서 모국어를 지켜주셔야만 해요.


저는 독일어를 배우면서 한번 더 모국어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독일어를 배우면 배울수록 제 모국어가 형편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정말 신기하게 제 독일어가 딱 제 모국어 수준만큼만 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걸 경험하고 나니 모국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고 외국어는 내 모국어 실력만큼 성장한다는 말에 더 신뢰가 가게 됐어요.


 그런데 이 점을 생각보다 많은 부모들이 간과하는 게 참 안타까워요. 다른 한 편으로는 내 아이가 독일 사회에서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돼요. 실제 살고 있는 곳이 독일이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나라라면 한국어보다는 독일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누가 봐도 아시아인이고 부모가 한국인인데 아이가 한국어를 못한다? 실제로 이 주제로 외국인들과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요. 의외로 외국인들은 뿌리를 굉장히 중요시했어요. 부모가 이민을 해서 독일에 살고 있지만, 꼭 자신의 뿌리를 얘기하고 모국어를 구사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더라구요.


 또 다른 예를 들어볼께요. 두 사람이 독일 회사에 지원을 했어요. 한 사람은 독일인이고, 한 사람은 한국인 2세예요. 둘다 독일어를 매우 잘하죠. 그런데 한국인 2세가 한국어도 잘한다면 회사에서는 누구를 채용할까요? 반대로 한국인 2세가 한국어를 못한다면 그때는 또 누구를 채용할까요? 답은 여러분이 벌써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외국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외국 문화에만 익숙하고 그들 정서에 더 가깝다면 그 아이의 정체성은 혼란이 올 수 밖에 없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가 자신의 뿌리를 알고 자신의 정체성을 잘 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만 해요.


 아이는 성장하면서 살고 있는 나라의 정서언어와 문화 언어도 배우게 돼요. 정서 언어는 말 그대로 정서에서 나오는 표현 언어예요. 감정 언어라고도 하죠.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소통하는 데 사용되는 언어예요. 감정의 종류와 강도 등 표현 방식은 개인마다 제각각 다른 형태로 나타내요. 문화 언어는 특정 문화, 특정 지역, 그 나라에서 사용되는 특정 언어 형태를 말해요. 그 문화에서 공유되는 가치관, 관습, 전통 등과 깊은 관련이 있죠. 그래서 같은 문화권의 사람들은 의사소통하고 문화적 의미를 이해하고 전달하는데 무리가 없어요. 정서, 문화 언어는 개인의 정서적인 경험과 문화적 배경에 따라 형성되기 때문에 그 나라에서 살면서 문화를 경험하고 정서적인 소통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죠. 성인의 경우에는 이 정서, 문화 언어를 배우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외국에서 사는 한인 가정의 경우에는 아이와 부모의 정서 언어, 문화 언어의 차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어요. 이것은 단순히 학습적인 차이가 아니예요. 정서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같은 문화권의 사람들에 비해 상대를 이해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거예요. 외국에서 살면 살 수록 점차적으로 부모는 아이와 마음(정서)의 거리가 생길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정서벽이 생겨 대화가 잘 통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오게 돼요. 실제로 교포 2세들 중 부모와 정서적 갈등을 겪고 있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중 언어 환경에 있는 가정의 아이의 경우 특히 양국의 정서와 문화 언어를 균형있게 같이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해요.


 




 독일에 살면서 매 순간 내가 여기서 이 질문을 해도 되나? 내가 이런 행동을 해도 되나?에 대한 생각이 먼저 앞서요. 왜냐하면 저는 성인이 되어 독일에 왔기 때문에 이들 문화나 정서의 언어와 행동을 모르기 때문이죠. 심지어 식당에서 접시를 하나 더 달라고 말해도 되는지 안되는지에 대해서도 말이죠.


 독일에 온지 2년쯤 되었을 때 한 독일인과 대화를 나누게 된 적이 있었어요. 그 독일인을 A라고 할께요. A는 웃는 얼굴로 저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했어요. 그때의 전 독일어를 이제 막 시작한 초보 수준이었어요. 그래서 독일어를 알아듣고 대답하는데만 집중해야했기에 그 사람의 늬앙스나 진짜 속 뜻을 파악할 수가 없었죠. 그리고 A가 웃고 있어서 내게 호의적이고 되게 상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저를 무시하는 거였어요. A는 웃는 얼굴로 "너 어떻게 독일에서 살고 있어?",  "너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 라고 제게 질문했어요. 당시에는 그저 내가 독일어를 이해했구나 하는 기쁨에 바보같이 웃으면 대답했어요. 만약 한국인과 한국어로 대화했다면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해서 하는 말인지 아닌지 느낌을 바로 그 자리에서 알 수 있었을텐데 독일어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거예요. 그때보다 독일어를 더 잘하는 지금도 여전히 정서, 문화 언어를 알 수 가 없어요.


 또 한번은 상점에 갔었을 때 일이예요. 상점 주인은 베트남 남자였어요. 이 사람을 B라고 할께요. B는 처음에 다른 손님을 응대하듯이 저를 똑같이 응대했어요. 그런데 제가 독일어를 잘 못하자, 제 독일어 발음을 따라하는거예요. "가지 있어요? 가지 얼마예요?" 물으면 제 말투를 그대로 흉내내는거죠. 당시에는 제가 한 말을 확인하는 건 줄 알았어요. "가지 얼마냐구요?" 이런 느낌으로요. 그런데 저를 놀리는 거였던 거죠. 한국이었으면 바로 알아차리고 기분이 팍 상했겠지만, 여기서는 기분 상하기는 커녕 바보같이 헤헤 웃으며 "감사합니다."하고 가지를 사들고 나왔어요. 이러한 상황은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거예요. 


 또 어느 날은 아이 담임 선생님하고 상담을 하게 됐는데, 제 나름대로 독일어로 잘 상담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귓속말로 "엄마 독일어 안하면 안돼? 그냥 영어로 해.."라고 말하는거예요. 저는 선생님에게 제 독일어를 알아들으시냐고 물어보고 선생님도 괜찮다고 해서 아이에게 "엄마가 독일어 못하지만 선생님하고 독일어로 얘기할께." 하고 설명하고 상담을 잘 마쳤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아까 왜 그렇게 말했는지 물어봤어요. 아이는 솔직하게 다 말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엄마의 독일어가 챙피했던 모양이에요. 선생님 역시 제가 독일어를 잘 못하니까 쉽게 설명해주시는 모습이 마치 어린 아이에게 설명하는 듯한 모습이라 아이가 보기에는 그 모습이 싫었던 거 같아요. 독일에 살면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부모는 모르고 아이만 아는 상황들이 계속해서 나타날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가정안에서 가정의 뿌리인 모국의 정서와 문화언어를 아이가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해요. 그래야 부모와 아이의 보이지 않는 정서의 거리를 좁힐 수 있어요.






 한국어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 중 다른 하나는 일기 쓰기예요. 일기 쓰기는 자유롭게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도록 하고 아이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지켜주기 위해서 맞춤법은 절대 지적하지 않아요. 아이가 계속해서 쓰는 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정이 가능하니 일찍 알게 해주고 싶은 엄마 욕심에 흥미를 떨어트리지 않도록만 주의하면 돼요. 물론 아이가 물어볼 경우에는 교정해 줘도 괜찮아요. 그리고 저는 아이가 스스로 교정할 수 있도록 아이가 쓴 걸 읽어도 되느냐 물어보고 아이가 쓴 대로 큰 소리로 읽어요. 그럼 그걸 듣고 아이가 스스로 어색한 부분을 수정하더라구요.


 책 읽기와 쓰기는 전 세계 국룰일 거라고 생각해요. 전 두 나라만 경험해보았지만, 한국 교육 현장에서도 독일 교육 현장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인 걸 보면요. 매일 꾸준히 10분씩 책을 읽는 것,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글로 써내는 활동이 아이의 언어 발달뿐만 아니라 학습 발달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배우는 성인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에요. 그리고 책을 통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언어적 정서적 표현을 배우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돼요.


 이중 언어,  이중 문화 속에서 양국의 언어와, 문화, 정서 모두를 습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기를 놓치지 않는다면 부모의 지원과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를 따라 부모도 함께 배우고 같이 성장해가는 건강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 바람으로  이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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