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글을 써라
대부분의 학생은 공부를 잘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욕망을 가진 모든 학생이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공부를 안 해서 공부를 못 할 수 있다. 혹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조성되지 못해서 공부를 못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부를 열심히 해도,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조성되어도 공부를 잘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학습 효율성’을 점검해야한다. 즉, 내가 공부를 위해 투자하는 것과 산출되는 것을 비교해야한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어 공부를 했지만 성적이 좋지 못한 경우는 학습 효율성이 굉장히 떨어져 있는 것이다. 반대로 짧은 시간과 비교적 적은 노력을 들여도 성적이 좋은 경우는 학습 효율성이 굉장히 좋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www.opencollege.kr)
위의 그림은 학습 효율성 피라미드로 효율성 있는 학습의 위계를 나타내고 있다. 무언가를 배울 때 가장 기억에 남지 않는 학습 방법은 강의 듣기이다. 그 다음은 읽기, 시청각 수업듣기, 시범강의 보기, 집단 토의, 실제 해보기가 있다. 가장 효율적인 학습 방법은 서로 설명하기이다. EBS 교육방송(EBS 다큐프라임 –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5부 661회)에서는 이러한 학습 위계를 ‘하브루타(서로 짝을 지어 질문과 대화를 통해 토론하고 논쟁하는 유대인 전통의 학습 방식)’교육과 연결 짓기 위해 활용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하면 그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를 가르치다보면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내가 어떤 개념을 헛갈리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일전에 거꾸로 교실(Flipped learning) 기법을 활용한 체육수업을 잘한다고 소문난 어떤 선생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선생님께서는 ‘총, 균, 쇠’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초등학교 제자들에게 책의 내용을 꼭 설명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나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차분히 설명해주는 며칠간, 선생님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이들은 설명을 모두 흘려보내고, 자기 자신은 더더욱 똑똑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쉽지 않은 책의 내용을 초등학생에게 자세히 설명해주려고 하니 책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야했고, 이러한 과정이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매우 훌륭한 공부가 된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하브루타 만큼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매우 훌륭한 작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지식을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다. 글은 중구난방으로 쓸 수 없다. 글은 일목요연해야한다. 공부한 내용을 자신의 글로 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해야한다.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글은 어수선해지고 읽기 어려워진다. 내용을 제대로 파악한 후에는 언제, 어디서, 누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야한다. 글을 쓰는 당시에 공부한 내용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글을 써놓으면 글의 가치는 순식간에 하락한다. 시간이 지나 공부한 내용을 까먹어서 그 글을 펼쳐봤을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글은 존재가치가 없다. 또한 나는 이해하는데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글이라면 자신이 공부한 내용이 정확한가를 의심하면서 지식을 더 확고하게 굳힐 수 있다.
2009개정 교육과정 초등학교 과학 6학년 2학기 3단원 계절의 변화 단원의 주요 내용을 예로 들어보자. 초등학교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학의 영역 중 하나가 지구과학이다. 학생들은 지구를 만져볼 수도 없고 지구가 운동하는 걸 직접 볼 수도 없다. 지식의 위계를 살펴볼 때 이 단원은 시청각 자료를 보거나 듣는 것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 방법은 학생들에게 효율적인 학습을 보장하지 못한다. 계절 변화의 원인은 지구의 자전축이 공전 궤도면에 대해 기울어진 채로 태양을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개념일수록 자신의 글로 정리를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다음은 내가 가르치는 한 학생이 글로 정리를 한 내용이다. 조금 각색하여 간단하게 써 보겠다. 글을 읽을 때 언제, 어디서, 누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지, 쉽게 읽히는지를 판단해보길 권한다.
“지구는 하루에 한 바퀴씩 스스로 돌고 있다. 이를 지구의 자전이라고 한다. 또, 지구는 일 년에 한 바퀴씩 태양을 돌고 있다. 이를 지구의 공전이라고 한다. 지구는 자전을 할 때 기준이 되는 선을 가지고 있다. 이 선은 지구의 자전축이라 불린다. 지구의 자전축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궤도에 수직으로 세워져 있지 않고 약 23.5도 기울어져서 있다. 지구는 기울어진 자전축을 가지고 태양을 공전한다.
(중략)
이처럼 태양의 남중고도가 바뀌는 이유는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계절이 변화하는 원인은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채로 태양을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스스로 교과서를 쓰는 마음으로 정리를 했다. 교과서의 표현을 빌려 얻은 지식을 자신의 글로 바꾸었다. 더 자세하고 더 친절하게 풀어 쓴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매우 훌륭한 공부 방법이다. 앞 절에서도 얘기했지만 좋은 글은 사람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어야 한다. 더욱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 행여나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일이 생겼을 때 친절하게 이해시켜 주고 싶은 마음을 먹고 글을 써서 공부를 해 보길 권한다. 처음엔 힘들겠지만 나중엔 다른 사람이 띄엄띄엄 볼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글을 통해 공부하여 학습 효율을 높이고, 공부를 통해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향상된 글쓰기 능력으로 더 효율적인 공부를 하는, 이 끝없는 선순환의 기쁨을 당신이 직접 누려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