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봉파파 Nov 05. 2019

즐거운 독서습관

저는 두 돌이 조금 지난 딸이 있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여러 모로 어려운 일이 많지만 정말 큰 죄책감이 드는 게 하나 있더라고요. 바로 아이들이 보는 영상을 틀어주는 일입니다. YOUTUBE에는 아이들이 보는 다양한 영상들이 정말 많습니다. ‘콩순이’, ‘뽀로로’, ‘마샤’, ‘레인보우 루비’, ‘로보카 폴리’, ‘슈퍼 윙즈’등 화려한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죠. 고작 세 살인 제 딸이 동영상에 미간을 찌푸리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면서 미안한 마음도 많이 듭니다. 아이들의 영상 시청은 잠깐의 평화를 주기는 하지만 누적이 되다보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창의적인 놀이 기회를 빼앗고 의사소통 능력의 성장을 억제하기도 하며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만드는 것이죠. 보여주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럴 때마다 뒤로 누워버리며 떼를 쓰는 딸을 보며 영상 시청의 무서움을 몸소 느끼고는 합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부모님들께서도 아이들의 영상 시청에 대해 저와 같은 마음을 느끼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영상 시청이 가져오는 가장 큰 후폭풍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책을 멀리하게 된다는 것이죠. 영상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속도가 빠릅니다. 하지만 책은 영상과 비교했을 때 변화의 속도가 느리고 조용합니다. 영상에 오랫동안 노출된 아이들은 느리게 넘어가는 책에 흥미를 느끼기 어렵게 되죠. 제 딸을 데리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책을 빨리 넘기라고 저에게 독촉을 합니다. 책의 내용보다는 빠르게 변하는 그림을 원하는 것이죠.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따로 책을 읽어주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스스로 책을 잡지 않으려고 하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책은 만화영화보다 재미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는 이릅니다. 영상에 길들여진 아이들을 책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은 조금의 노력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책의 장점을 십분 살리는 것이 핵심인데요.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우선 책은 종류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저는 도서관에 꽂혀 있는 모든 책을 다 읽은 학생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또 출판사마다 작가마다 책의 이야기와 그림들이 모두 다르죠. 영상은 시리즈별로 비슷한 분위기로 연출이 됩니다. 하지만 책은 한 권 한 권이 새롭죠.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 아이들을 도서관에 데려가는 건 독서교육에 있어서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일단 아이들이 좋아하는 TV가 없고요, 돈을 주지 않고도 다양한 책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 자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이나 그림과 관련된 질문이나 생각, 느낌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죠. 저는 제 아이와 백희주 작가의 「알사탕」이라는 그림책을 즐겨 읽습니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사탕을 파는 할아버지도 나오고, 소파도 나오고, 강아지도 나오고, 아빠도 나오고, 친구도 나오죠. 새로운 등장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아이에게 “이 사람은 누구야?”라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아이는 신이 나서 “합지야(할아버지야)!”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할아버지랑 재미있게 놀았는지, 책의 할아버지랑 아이의 할아버지랑 어떻게 다른지를 질문합니다. 아이는 아직 말을 완벽히 하지 못해 제가 정확히 알아들을 순 없지만 나름의 생각과 느낌을 말합니다. 영상을 보면 중간 중간에 말을 섞기가 힘이 듭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에 따라가기 바쁘거든요. 조금만 더 크면 중간에 말을 걸 때 짜증을 내지 않을까 싶은데요. 책은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알사탕 표지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상상력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선생님 앞에 모여 앉아 그림책을 보는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그림책에 빨려 들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맛깔 나는 목소리도 한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책의 이야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어주는 사람은 완급을 조절하며 다음 장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백희나 작가의 「장수탕 선녀님」이라는 책을 보면 장수탕이라는 목욕탕에서 꼬마 아이가 선녀 할머니를 만나게 되는데요. 그 순간 잠시 책을 덮고 선녀 할머니를 만나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풍부한 상상 속에서 다음 장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하고 드디어 책을 넘김으로서 그것을 해소해 줄 수 있죠.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어하는지 모릅니다. 다함께 재미있는 영상을 보는 것보다 옹기종기모여 같은 책을 들여다보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장수탕 선녀님 표지

초등학교 시절은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 독서 습관이 길러지는 경우도 있지만 초등학생 때 길러진 독서습관은 학생에게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학생에게 있어서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은 텍스트를 정확하고 빠르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의 향상입니다. 학교에서 다루는 모든 교과 공부와 평가는 텍스트로 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텍스트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죠. 하지만 쉽게 기를 수 있는 능력이 아닙니다. 독서가 곧 공부머리를 기르는 방법입니다. 꾸준한 독서는 자연스럽게 그러한 능력을 길러주고 이는 학생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기는 중·고등학교와는 다르게 비교적 평가에서 자유로운 시기입니다. 물론 평가는 매우 중요하지만 초등학교 시기의 평가는 모두가 민감한 입시에 직접 반영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죠. 이 시기에 독서습관을 제대로 기르지 않으면 앞으로 독서를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줄어들게 됩니다. 가정에서 초등학생 자녀에게 독서습관을 기르기 위해서 꼭 신경을 써주셔야 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엄마, 핸드폰 좀 그만해.”라는데요. 혹시 뜨끔하시는지요? 오늘부터는 가족들과 옹기종기 식탁에 모여앉아 다함께 책을 꺼내서 읽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TV도 끄고 스마트폰도 저 멀리 던져놓고요. 부모는 곧 아이의 거울이니 부모님께서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자녀들에겐 매우 중요합니다. 집에서 책을 잘 읽으려고 하지 않으면 다 함께 도서관에 가는 것도 적극 추천합니다. 책보다 화려하고 재미있는 것을 애초에 차단하는 거죠. 아이들에게 다양한 책을 접하게 해주고 함께 읽어보세요. 중간 중간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가 가진 생각과 느낌도 경청해주세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재미있게 느끼면, 부모가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책을 읽으려고 할 것입니다. 부모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아이의 올바른 독서습관을 기를 수 있습니다. 방관만 하시다가 나중에 책을 읽으라고 이야기를 하는 순간 아이는 큰 반발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잔소리로 여기게 되는 것이죠. 지금부터 꾸준히 자녀와 책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진심으로 권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