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수학공부라 하면 수학 문제를 잘 푸는 것만 떠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학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곧 수학공부의 전부가 아닙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러분들은 수학공부를 얼마나 잘 하셨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학창시절에 제가 수학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문제집을 엄청 사다가 야자 시간만 되면 모든 문제를 빨리빨리 푸는 연습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올바르게 수학을 공부한 것 같지 않습니다. 일단 수학에 대한 흥미를 지금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수학은 고난과 역경처럼 느껴지죠. 또 일상생활의 문제를 수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영수증을 보며 뭔가 복잡한 계산이 나와야 할 때는 제 아내에게 슬쩍 문제를 떠넘기는 비겁함만 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동안 공부했던 수학 개념들을 모두 까먹었다는 것입니다. 정말 아까워 죽겠습니다. 수능 시험을 본 후에 가장 공을 들였던 수학적 지식이 근 한 달 만에 저 멀리 날아가 버렸으니까요. 저는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했을 뿐, 수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공부를 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앞선 글에서 초등학생들의 한글공부와 독서습관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들의 수학공부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초등학생 때 올바른 수학공부를 하지 못하면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더욱 수학을 못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수학은 계열성(Sequence)이 매우 중요한 학문이기 때문이죠. 계열성이라는 것은 교과 내용의 순서입니다. 예를 들면 자연수의 덧셈과 뺄셈을 할 줄 알아야 분수의 덧셈과 뺄셈도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죠. 수학의 가장 기초적인 영역을 학습하는 초등학생들이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진급을 하게 되면 그 다음 내용을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국어와 더불어 수학 교과의 수업 시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독립교과로 배우는 과목이 두 개가 있는데요. 바로 ‘국어’와 ‘수학’입니다. 학교에서도 수학 공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주로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수업을 합니다. 예를 들면 사다리꼴의 넓이를 구하는 차시가 있다면 초등학교는 사다리꼴의 넓이를 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아봅니다. 예를 들면 사다리꼴을 색종이로 직접 잘라서 그 전에 배웠던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의 모양으로 변형을 해서 (가로)*(세로) 혹은 (밑변)*(높이)로 등적변형을 할 수 있습니다.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을 보니 기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다리꼴의 넓이를 구할 때 그냥 ‘{(밑변)+(윗변)}*(높이)/2’로 계산을 해버리는데요. 물론 기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만 이 정도의 학습만 가지고 다음 학년에 진급을 하면 또 다시 학원의 도움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다루는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에 대한 학습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는데요. 학원에서 배워서 다 알기 때문에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걱정도 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수학의 기초가 탄탄해야 함을 말씀드렸는데요. 그렇다면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어떤 방향으로 수학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모든 수학공부의 시작은 텍스트에 대한 정확한 해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수학은 우리 주변에서 관찰 가능한 상황을 수학적 개념과 기호로 정리해놓은 학문입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처음 수학 개념을 접할 때는 필연적으로 텍스트를 읽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1을 배울 때에는 사과 한 개와 사과 한 개가 만나면 모두 몇 개인지를 물어보는 식으로 학습이 시작됩니다. 또 하나, 둘, 셋처럼 수를 셀 때도 반드시 텍스트를 사용하게 됩니다. 독서와 글쓰기 등으로 텍스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될 때 수학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밑바탕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음은 수학공부를 할 때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합니다. 수능을 본 학부모들은 얼마나 빨리 수학문제를 푸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능에서의 이야기지 수학공부의 본질은 아닙니다. 수학은 생각하는 학문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으면 그냥 진도 나가기에 급급한 훈련이 되어버립니다. 짧은 시간 내에 개념을 이해하거나 탐색하도록 하는 것은 강요입니다. 아이들은 풀이 죽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거죠. 아이들이 수학 개념을 접할 때, 그리고 수학 문제를 풀 때에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다방면으로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학은 논리적인 학문입니다.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답을 찾기까지는 일련의 논리적인 흐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수학 공부를 할 때 자신이 생각하는 과정을 직접 적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생각을 이어나갔는지를 기록하게 하는 것이죠. 생각을 기록하는 것은 논리적인 흐름과 순서를 점검해 볼 수 있게 만듭니다. 부모님께서 자녀의 수학 문제 해결 과정을 점검할 때도 이러한 논리적인 흐름을 통해 오류가 없는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직접 수학적 문제해결 과정을 설명해보도록 하는 게 대단히 좋은 학습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자신이 수학적 개념을 어떤 식으로 이해했는지, 또 수학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직접 설명해보면 스스로 자신의 공부가 말이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이 했던 하브루타 학습법과 유사한데요. 자신이 직접 설명해보는 게 자신이 모르고 있는 게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단, 아이가 설명을 할 때 중간 중간 흐름을 끊거나 지나친 간섭을 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아이 스스로 좌절을 할 수 있고 설명을 주저할 수 있으니까요. 설명을 하다가 말문이 막히거나 더듬는 부분이 생기면 스스로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수학공부는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는 공부입니다. 간혹 문제집을 많이 풀게 하고 어려운 교재를 사용하는 부모님이 계시는데요. 결코 좋은 수학공부 방법이 아닙니다. 일단 수학적 개념이 제대로 학습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문제를 푼들 오답의 개수만 늘어날 뿐입니다. 무엇보다 수학적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는 교재는 해답지의 풀이 과정을 자꾸 찾게 만듭니다. 결국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수학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내심과 노력이 줄어들게 되고 수학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익숙한 내용으로 시작하여 조금씩 발전해 갈 수 있는 교재 한 권을 제대로 사용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저희 어머니는 회초리를 들고 제 옆에 앉아서 틀린 문제의 개수만큼 손바닥을 때리셨습니다. 제가 어떻게 수학을 좋아하겠어요. 손바닥을 맞지 않기 위해서 어머니 몰래 답안지를 보고 답만 써놓고 마치 열심히 공부를 한 것처럼 연기를 한 기억도 있네요. 우리 아이들의 수학공부가 이러면 안 됩니다. 탄탄한 독해력으로 수학적 개념과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자신의 사고과정을 적고 설명해보며 스스로 오류를 찾아가고, 이를 바탕으로 조금씩 어려운 단계에 도전해가는 것이 이상적인 수학공부의 방향이라고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