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살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무도 부모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저 내 부모가 나한테 해준 것들, 다른 부모가 하는 것들을 보고 어깨 넘어 익혔을 뿐입니다. 누구나 부모가 처음이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내 자식을 제대로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공부가 필요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의 인격 중에서 부모로서의 인격을 확고하게 다지고, 자녀에 대한 올바른 역할과 가치판단을 연습하여 보다 여유롭고 훌륭한 인격체로서의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죠.
저도 학교에서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해보면 다양한 고민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 번은 6학년을 맡았을 때의 일인데요. 5학년 때까지 정말 말을 잘 듣는 모범생이었던 딸이 6학년이 되자 엄마에게 반항을 하고 대드는 느낌을 받는다는 엄마의 하소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학원을 열심히 다니던 아이가 갑자기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집을 나가고, 방문을 쾅 닫고 엄마와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그럴 때 엄마로서 얼마나 당황하고 황당했겠어요? 엄마는 남부럽지 않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려고 노력하는데 딸이 갑자기 그런 반응을 보이니 무척이나 난감하고 화도 나셨을 겁니다. 또 한 번은 자녀의 스마트폰 문제 때문에 상담을 나눈 학부모도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소위 ‘폰압(핸드폰을 압수)’을 했는데 그 이후로 자녀와의 관계가 너무 많이 서먹해져서 속이 상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놔두면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밤낮으로 고민이 깊어지신 경우였죠.
모든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에게 많은 것을 해주려고 하고 문제가 될 것 같은 요소는 저 멀리 분리시켜서 걱정을 덜려고 노력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좋은 의도와 사랑의 방법이 훌륭한 결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녀가 다니고 싶은 학원을 모두 다니게 해주는 게 왜 나쁘겠어요? 스마트폰 사용이 걱정되어 통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녀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위와 같이 그 결과가 좋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저는 그 상황에 너무 고착되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문제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좀 더 넓게 봐야 한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공부가 필요합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부모의 역할을 하다가 놓쳐버린 점은 없는지, 자녀가 부모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폭 넓게 관찰해야 여러 가지 상황에 올바른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 부모를 알고 자녀를 알면 다양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고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부모공부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죠. 예를 들면 지역에서 종종 열리는 특강에 참여할 수도 있고요, YOUTUBE에서 다양한 강좌를 시청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부모공부와 관련해서 책 한권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毒(독)이 되는 부모 得(득)이 되는 부모(백은영 저, 2019)」가 바로 그것입니다. 책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엄마와 자녀의 갈등과 대립을 서술하고 있습니다(물론 저는 자녀와의 갈등이 비단 엄마에게 한정되는 문제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책의 2장인 ‘엄마들도 아프다’가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요. 간단하게 요약해서 담아보고자 합니다.
자녀에게 독이 될 수 있는 첫 번째 유형의 부모는 ‘명령하는 부모’입니다. 부모와 자녀는 명령을 통해 권력 관계가 재편될 수 있습니다. 명령하는 쪽은 주로 부모이고 명령을 실행에 옮기는 쪽은 주로 자녀가 되겠죠.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자녀는 자연스럽게 순종과 복종을 의무로 여기게 되고 자신의 의사를 잃어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심각하게는 자아정체성까지 잃어버려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파악할 수 없게 될 수 있죠. 부모의 명령을 수행해야만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경험은 곧 부모가 언제든 자신에게 사랑을 걷을 수 있다는 불안을 낳기도 하며 결국 자신의 일에 온전히 에너지를 쏟을 수 없게 만듭니다.
자녀에게 독이 될 수 있는 두 번째 유형의 부모는 ‘착한 아이로 키우는 부모’입니다. 모든 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착한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착한 모습을 강요할 경우 가짜로 착한 아이를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가짜로 착한 아이는 마음속에 원망과 분노를 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혹은 부모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하다가 실패할 경우 상당한 죄책감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책의 표현을 빌리면 미덕의 가면 속에서 삶에 대한 혐오감을 배우게 되는 것이죠. 아이는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사랑을 받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아이가 착할 때도 사랑을, 미운 짓을 할 때도 사랑을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죠. 무조건 착한 아이로 키우기보다는 스스로 착함을 생각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에게 독이 될 수 있는 세 번째 유형의 부모는 ‘과잉보호하는 부모’입니다. 과잉보호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주도성을 박탈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주도한다는 것은 스스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필요한 욕구가 무엇인지를 판단해서 그러한 결핍을 해소해나가기 위해 발생합니다. 하지만 과잉보호의 그늘 아래 주도성을 상실해버리면 독립적이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방향으로 성장해 버리는 거죠. 따라서 부모는 조금 힘들더라도 참아야합니다. 가끔은 괴롭거나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그 때 한 번 참아주는 것이 자녀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녀에게 독이 될 수 있는 네 번째 유형의 부모는 ‘아이 인생에 그림을 그리는 부모’입니다. 부모가 자녀의 삶을 설계하는 것이죠. 이 경우에 아이는 부모의 설계도 속에서 통제 받으며 살아가게 됩니다. 설계도에 없는 일탈이나 감정의 분출은 곧 설계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아이는 스스로 자아를 감추거나 자기소외를 겪게 되죠. 자녀가 성장을 하면 설계도에서 탈출을 하기 위해 원치 않는 이른 결혼을 하거나 가출을 결심하기도 합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독립심을 길러줘야 합니다. 자녀가 한 평생 부모의 도움과 양육을 받으면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부모의 인생을, 자녀는 자녀의 인생을 살 때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자녀에게 독이 될 수 있는 다섯 번째 유형은 ‘사랑보다 교육이 우선인 부모’입니다. 이런 부모는 다른 부모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자녀를 건강하게 양육하고, 좋은 옷을 입히고, 항상 건강하게 보살펴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부모들은 스킨십이 부족하다거나 감정이 억제되고, 칭찬이 인색하거나 학교 성적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에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조건적 사랑으로 느끼게 되는데요. 결국 다른 사람을 성적으로 평가하거나 공부를 통해 인정을 받으려고 발버둥치거나 사회생활을 할 때 일에 빠져 삶을 풍요롭게 살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녀에게 독이 될 수 있는 여섯 번째 유형은 ‘자존감이 낮은 부모’입니다.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녀에게도 충분한 사랑을 줄 수 없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부모는 자녀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하는데요. 이럴 경우에는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런 부모를 보고 자라는 자녀는 그의 삶을 살아갈 때 마찬가지로 낮은 자존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책의 내용을 일부 요약해서 말씀을 드렸는데요. 혹시 자신이 위의 부모 중 한 유형에 속하진 않나 점검을 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초등학생은 모델링을 통해 삶의 기본적인 영역을 학습합니다. 학교에서는 교사를 통해 배우지만 가장 중요한 모델은 역시 학생의 부모입니다. 부모가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을 학생은 스펀지처럼 흡수합니다.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 조금 더 훌륭한 부모의 역할을 하는 것이 학생의 인생을 올바르게 이끄는 원동력이 됩니다. 자녀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아이를 돌보면서 정말 많은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셨을 텐데요. 초등학생에게 필요한 부모의 모습은 또 다릅니다. 그 전까지는 아이의 생존과 아주 기초적인 학습을 위한 부모의 역할이 필요했다면, 초등학생 자녀부터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친구로서, 훌륭한 도덕적 귀감으로서의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죠. 열심히 부모공부를 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언제나 존경받는 부모님들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