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앞선 글에서 수업의 의미를 제 나름대로 해석해봤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필요한 존중과 배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교사가 학생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학생을 존중하지 못하는 교사는 교사의 자질이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 학생을 학생의 자질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이 교사를 존중하게 만드는 것도 곧 교사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학생이 교사를 존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먼저 교사 스스로 권위를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권위주위와는 다릅니다. 권위주위는 교사가 교실에서 가진 권력을 마음껏 드러내며 순종과 복종을 강요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때로는 폭력적인 모습으로 학생들보다 우위에 서려는 모습을 말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권위는 그렇게 세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의 권위를 형성하는 요인은 다양한데요. 우선 외적으로는 교사의 나이와 신체적 조건이 있습니다. 교사는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또 학생들보다는 체격이 큽니다. 교사의 나이와 체격은 초등학생들에게 자신보다 더 높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줍니다. 종종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보면 교사에게 지나칠 정도로 반항을 하거나 대드는 경우가 있는데요. 나이가 어리고 체격이 작은 저경력 여교사에게 이런 일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이러한 것은 노력으로 얻어지는 권위가 아니기 때문에 초등학교 6학년은 체격이 큰 남자 선생님이 아이들을 관리하기 수월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다른 요인은 교사 개인이 보여주는 도덕적 행동에 있습니다. 우선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게 대하는 교사가 더 권위가 있습니다. 학생들은 차별을 느끼는 순간 교사를 미워하게 됩니다. 혹은 차별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위선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교사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모범을 보일 때 학생들은 교사의 생각을 수긍하고 올바른 모델로 삼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학생이 교실에서 휴대폰을 분실했다고 가정을 했을 때 교사가 특정 학생을 의심하거나 소지품을 모두 뒤진다면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의심받는 학생이 만약 나였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혹은 선생님이 너무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인 교사라면 아이들에게 신뢰를 받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것들 역시 교사의 권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교사의 권위를 세우는 요인 중 하나는 지식입니다. 쉽게 말해 학생들보다 아는 게 많아야 하죠. 예전에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매체가 책 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학생들보다 더 많이 책을 읽은 교사가 지식의 양이 많을 수밖에 없었죠. 요즘은 사정이 다릅니다. 우선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매체가 상당히 다양합니다. 특히 YOUTUBE는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학습 관련 컨텐츠가 상당히 많습니다. 또 지식의 분야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어떤 분야에서는 교사보다 학생이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교사보다 아는 게 더 많을 수 있는 시대에 교사의 권위는 뚝 떨어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교사가 언제든 자신의 정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학생과 대화를 하면 됩니다. 제가 수업 시간에 똑똑한 학생과 뉴턴의 운동법칙에 대해서 사실관계에 대한 가벼운 논쟁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학생은 관성의 법칙이 뉴턴 역학 제 3법칙이라고 얘기를 했고, 저는 제 1법칙이 관성이고 제 3법칙은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라고 수정을 해줬습니다. 그런데 학생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죠. 그 때 저는 학생에게 ‘그래. 네 말이 맞을 수도 있어. 선생님이 틀릴 수도 있고. 그러면 우리 같이 구글에 검색을 해볼까?’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만약 제가 ‘너는 틀렸어. 내가 옳아.’라고 단정을 지어버렸다면 논쟁의 요지를 벗어나 학생에게 권위를 내세우는 결과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교사의 권위를 형성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한데요. 저는 가정에서의 부모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부모님께서 자녀를 맡고 있는 교사를 존중하는 태도를 자녀에게 보여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자녀도 교사를 존중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교사를 존중하지 않으시면 자녀도 교사를 존중하지 않게 됩니다. 제가 중학생 때 저를 맡았던 담임 선생님은 호랑이 수학 선생님이셨습니다. 그 분이 주장하신 수학 공부의 철학은 모르면 끝까지 남아서 알고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끝까지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고만 생각을 해서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요. 그 말을 하신 다음 주부터 저희 반 아이들을 진짜 남기셨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게 하고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개념정리부터 문제풀이까지 지도를 해주셨죠. 수업이 세 시쯤 끝났는데요. 일찍 끝나면 네 시, 늦게 끝나면 저녁 여섯 시까지 학교에 남아서 수학을 공부해야 했습니다. 친구들과 저는 환장할 노릇이었죠. ‘세상에! 우리가 고등학생도 아닌데 이렇게 늦게까지 남아야해?’ 남아서 공부하는 게 너무 싫어서 저는 부모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자식이 힘들다는데 부모님께서 걱정은 해주시겠지 하는 마음이었죠. 내심 어린 마음에 선생님 욕도 한 번 해주기를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별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그냥 선생님께서 다 생각이 있으시니 열심히 따라가라는 말씀뿐이었죠.
지금은 제가 교사로 살고 있는데요. 아이들을 남겨서 공부를 시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습니다. 아이들을 남겨서 공부를 시키면 저한테 보람 이외에는 득이 되는 게 없습니다.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요, 남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보람 하나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 시절 선생님이 정말 미웠지만 돌이켜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께서는 본인의 보람과 제자들의 학력 향상에 수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으셨던 것입니다. 만약 저희 부모님께서 그 당시 담임 선생님을 못마땅해 하셨거나 험담을 하셨다면 저는 부모님의 생각에 편승해서 제 부정적인 마음을 더욱 확고하게 굳혔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고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선생님의 열정을 몸소 느낄 수 있었죠.
지금의 아이들도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면 부모님께 오늘 있었던 일들을 재잘재잘 얘기할 것입니다. 당연히 선생님의 말과 행동도 포함이 되어 있겠지요. 저는 부모님들께 아이들의 말을 조금 더 여유롭게 들을 것을 요청합니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주로 자신에게 유리한, 어느 정도 주관이 섞인 이야기들일 수 있습니다. 제가 간혹 부모님들께 전화를 받는데요,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로 오해를 하신 경우가 종종 있으십니다. 아이가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를 했는데 왜곡되거나 과장이 된 내용들이 있기 때문이죠. 너무 이야기에 푹 빠지시는 마시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금 더 객관적으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교사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주시고 자녀에게도 선생님의 교육을 잘 따랐으면 좋겠다는 격려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입니다. 자녀의 선생님에 대한 존중도 부모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선생님을 존중할 줄 아는 아이는 훗날 어른으로 성장한 뒤에 수많은 사람과, 인생의 후배들에게도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