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 근처의 아파트 상가를 보면 다양한 학원이 위치해 있습니다. 영어, 태권도, 피아노, 발레, 모든 과목을 봐주는 보습학원 등이 있는데요,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면 곧장 학원으로 향합니다. 잠시 집에 들렀다가 가는 아이들도 있고 밤늦은 시간에 학원을 마치는 아이들도 있죠. 요즘은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를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아이들의 일상에 학원이 침투한지는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학원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요?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간단하게 만족여부를 물어봤는데요,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원에 다니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들어서, 공부가 너무 어려워서, 너무 오랜 시간까지 남아야 하는 게 괴로워서, 친구들과 만나서 놀 시간이 부족해서 등등의 이유가 있는데요, 그 중 가장 많은 학생들이 너무 피곤하다는 호소를 했습니다. 모든 이유가 공감이 되었고 학생들이 많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는 이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학교에서 받을 수 없는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아노 학원이나 발레 학원, 태권도나 합기도 학원이 그 예에 포함될 겁니다.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예체능의 실기 능력을 기르는 것은 사실 어렵습니다. 학교에서는 피아노 수업도 없고 발레 수업도 없습니다. 태권도나 합기도도 전문적으로 수업을 하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학원을 다니면 예체능 면에서 다양한 실기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요즘은 운동 관련 학원이 크게 인기인데요, 실기 능력을 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의 스트레스 해소, 다방면의 재능을 기르는 것들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죠.
또 학원을 보내는 이유 중 하나는 학습에 대한 걱정과 우려입니다. 초등학교의 평가는 수행평가로 운영이 됩니다. 수행평가는 대개 절대평가이자 정성평가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고등학생이 되어서 대학에 진학하려면 상대평가의 구속을 받게 되죠. 상대평가의 핵심은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지금 현재의 초등학교 평가 방법은 상대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 비교한 점수의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학생의 미래에 마주하게 될 입시를 걱정하시는 부모님께서는 일찍부터 학원을 다니면서 학습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이죠. 대학 입시가 불러오는 사교육 바람이 초등학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학원을 보내는 또 다른 이유는 방과후에 학생을 돌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맞벌이 사정 때문입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 낮 시간 동안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를 돌볼 수 없습니다. 이 시간에 아이가 학원을 가면 부모 입장에서 심적으로 안심이 되고, 학원에서 공부를 하거나 다양한 것들을 배우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좋습니다.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많기 때문에 아이가 이러한 이유로 학원을 다니는 모습을 흔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데 있어서 가장 크게 고려할 사항은 역시 아이의 생각입니다. 아이가 얼마나 학원을 자신의 삶에서 잘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누구보다도 아이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아무리 학원 시설이 좋고 교육 내용이 훌륭하고 선생님이 좋은 사람이어도 아이가 학원을 부담스러워하면 충분한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아이의 만족이 가장 중요하죠. 저는 살면서 학원을 딱 두 군데 다녀봤는데요. 초등학교 3학년 때 다녔던 태권도 학원과 초등학교 6학년 때 다녔던 독서논술 학원이 전부였습니다. 태권도 학원은 제가 부모님께 졸라서 들어갔습니다. 그 때 당시 한 달 수업료가 7만원이었는데요. 70만원어치 운동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재미있고 스트레스도 잘 풀 수 있어서 제가 수업을 받는 타임이 끝나고 다음 타임에도 수업을 받고 했었습니다. 태권도 학원은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는 제 좋은 어릴 적 추억입니다. 반면 독서논술 학원은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죠. 그 때 원장 선생님께서는 정말 열정적으로 지도를 해주셨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에게 득이 된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때 공부를 했던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질 않고, 학원에 가기 싫어서 온갖 핑계를 댔던 생각들만 가득합니다. 재미있게 학원을 다닌 친구들도 있었지만 저는 그 때의 시간들이 낭비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또 한 가지 고려할 사항은 학원의 효용성입니다. 학원의 수업 내용의 질과 교사의 질, 그리고 학생이 수업을 받는 시간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 학원을 다니면서 아이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한발자국 떨어져서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맘카페를 보면 학원에서 글이 올라오는데요. 강사를 구인하는 글입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 주변에 있는 학원도 대학생들이나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강사로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강사들은 사실 학원을 본업으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학생에게 신경을 쓰는 정도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학원의 수업 내용의 질과 학생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도 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수학 과목을 강의하는 어느 강사의 이야기를 발췌해보려고 하는데요.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시죠.
‘청도 우시장에 사람과 소의 다리를 모두 세어 보니 다리가 총 320개가 있었다고 한다. 사람과 소의 합은 100이라 한다. 그렇다면 우시장에 있는 사람의 수는 총 몇 명인가?’ 라는 문제가 있다 합시다 학생 여러분.
그렇다면 이 문제를 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어떻게 가르칠까요? 자 보세요.
일단 100을 반으로 나눠 사람 50명, 소 50마리가 있다 가정부터 합니다.
사람은 다리가 2개니 사람 다리 100개, 소는 다리가 4개니 소 다리가 200개, 다리의 총 합은 300개로 320개가 아니니 틀렸네요. 다리의 수를 늘려야 하니 다리가 많은 소의 숫자를 한 마리씩 늘리고 그에 맞춰 사람의 수를 한 명씩 낮춰서 답을 찾아냅니다. 이게 초등학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수학입니다.
참 유치하게 문제를 접근해 풀이해 나가죠? 보기 답답하다고요? 하지만 수학에서 이런 추론의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6년은 이런 추론 과정을 배우는 아주 소중한 단계입니다.
근데 선행 학습을 통해 중학 수학의 연립 방정식을 배운 김해라는 학생이 있다 칩시다. 그렇다면 이 학생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요?
먼저 사람을 x, 소를 y로 잡고
x(사람)+y(소)=100명
2(사람 다리수)x+4(소 다리수)y=320
이렇게 김해라는 학생은 중학 방정식을 통해 식을 세웁니다.
그리고 y를 소거시키기 위해 첫 번째 방정식에 4를 곱해 4x+4y=400을 만든 다음 2x+4y=320 식을 뺐더니 2x=80 즉 x(사람 수)는 40명으로 아주 간단하고 빠르게 식이 나옵니다.
같은 반 아이들은 놀라고 문제를 풀어낸 김해란 학생은 뿌듯해하고 학교 선생님은 이 아이를 똑똑하다 ‘착각’합니다. 하지만...
이 김해라는 초등학생은 나중에 커서 3수를 해서 대학교를 겨우겨우 가는 별볼일 없는 학생이 될겁니다.
왜 그러냐? 이 김해란 학생은 가장 중요한 추론 능력을 키워야 할 초등학교 6년이란 소중한 시간 동안 선행학습이란 나쁜 공부법으로 인해 추론 능력을 키워야 할 기회를 강제로 부모나 학원 선생님들로부터 박탈당했기 때문입니다.
공식은 어렵지 않습니다. 추론능력을 키우는게 어려운겁니다. 공식이 중요한게 아닙니다. 추론 능력을 키우는게 중요한 겁니다.
초등학생이 연립방정식으로 저 문제를 풀었다면 똑똑한게 아닙니다. 불필요한 학습법으로 가장 중요한걸 박탈당한겁니다.
우리나라 학생들 미국 유학 가면 수학 천재 소리 듣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 20살 넘어서도 천재입니까? 우리는 위 김해라는 학생처럼 어려서부터 창의적이자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잘못된 방식을 통해 배양하지 못한겁니다.
선행학습을 하게 되면 당장 알고 있는 것은 많아집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은 개발할 시간이 없어 해나가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절대로 선행학습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가장 좋은 학습법이란 학교 현장에서 진도에 맞춰 가르쳐 주는 선생님들 말씀을 놓치지 않고 그 나이에 맞게 확실히 그 개념과 유형을 파악하며 그 나이에 맞는 추론, 연상 학습을 키워나가고 방학 때는 지난 학기에 배운걸 복습해야 합니다.
학원에서 배우는 게 학생을 망치는 길일 수 있음을 염려해야 합니다. 학원이 답은 아닙니다. 공부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학습하는 것입니다. 학원은 가장 중요한 학생의 스스로 학습을 방해할 수 있는 위험한 요인임을 깨달으셔야 하는 거죠.
저는 초등학교 현장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학원을 통해 배우는 것은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배움의 길이 열린 것이고 학원을 통해 학교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입장에서 학원을 생각해보는 것과 학원이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학원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자녀가 학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학원은 우리 아이를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을 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자녀와 진지하게 학원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