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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Sep 20. 2021

추석 명절에도 고향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소소잡썰(小笑雜說)

강원도 속초에 가면 아바이마을이라 불리우는 마을이 있다.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

아버지들이 가정과 세상의 중심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형성되다 보니

함경도 사투리로 아버지를 의미하는 아바이마을이란 이름이 붙은듯 하다.


6.25전쟁 중 일단의 함경도 주민들이 전란을 피해 무작정 남쪽으로 피난길에 올랐고,

전쟁 끝나면 바로 돌아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고향 가까운 곳에 정착을 했는데,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던 데다가 기왕이면 서로 의지가 될 수 있도록

고향사람들끼리 모여살겠단 생각에 속초 바닷가 한적한 모래사장에 집단정착을 했다.


그러나 전쟁만 끝나면 곧 돌아갈 수 있으리라던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남과 북 사이엔 철통 같은 휴전선이 펼쳐졌고,

결국 아바이마을 주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실향민이 돼

낯선 땅에서 뿌리를 내릴 수 밖에 없게 됐다.



모든 걸 고향에 버려둔채 간단한 피난짐만 꾸려 도망치듯 급히 내려왔으니

빈손이나 다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보릿고개가 엄존해 하루 밥 세끼 챙겨먹는 일이 전쟁과도 같았던 시절이라

피난민이라고 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바란다는 건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자연히 아바이마을 주민들은 살 길을 찾아 뱃일이 됐건 뭐가 됐건 죽자살자 매달렸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6.25전쟁 후 8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마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 사이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어렵게 피난살이를 이어온 많은 아버지들이 세상을 등지셨지만,

그 기약하기 힘든 소망의 한 자락을 부여잡은채 남은 주민들은 여전히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제나 저제나 통일이 될까 싶어 차마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도 못하고

자동차로 불과 1~2시간이면 갈 수 있는 지척에 그리운 고향을 고이고이 모시면서  

80여년을 실향민으로 서럽게 살아야만 했던 아바이마을 아버지들의 간절한 소망이

하루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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