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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Sep 13. 2021

"뜨건 물을 확 쏟아붓기 전에 언능 가지 못혀?"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16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추운 늦겨울날.

오랜 습관대로 가장 먼저 장사 준비를 시작한 어머니는

장꾼들이 한 명 한 명 보일 때마다 "자네 나왔능가?" 하며 반갑게 아는 체를 하신다.


갈수록 문 닫는 가게도 많아지고

장꾼이 됐건 손님이 됐건 사람 얼굴 보기가 힘들어지는 판이다 보니

낯익은 얼굴 하나하나가 너무 반갑고 좋으신 모양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마침 자식 같은 한 명의 낯익은 장꾼이 나타나자 어머니는

“부침개 부쳤는디 간 맞나 쪼매만 먹어보고 가" 하며

다짜고짜 갓 부쳐낸 부침개 하나를 권하신다.


새벽부터 장사 준비하느라 아침도 제대로 못 먹었을 거란 생각에

허기나 면하게 해주시려는 모양이었다.

"오늘도 일찍 나오셨소잉" 하며 반갑게 마주 인사를 건네기 무섭게

예의 장꾼은 촌각을 아끼려는듯 부침개 하나를 후루룩 목구멍으로 털어넣더니만

"나 이거 맛나게 잘 먹었응깨 천원 놓고 가요” 하며 은근슬쩍 마수걸이를 해주려 든다.



어머니는 짐짓 노발대발 화를 내는 시늉을 하며

“뜨건 물을 확 쏟아 붓기 전에 언능 그냥 가지 못혀? 어디서 허튼 수작이여” 하고 불호령을 내리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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