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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Sep 11. 2021

가슴을 섬찟하게 만드는 문자 한 통이 날라왔다

소소잡썰(小笑雜說)

​며칠 전 가슴을 섬찟하게 만드는 문자 한 통이 날라왔다. '귀하는 대전 #5932, 대전 #5940 확진자 관련 단순검사자로 분류되었으니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화들짝 놀라 문자를 죽 읽어보니 9/4(토)~9/6(월) 기간 중 대전**병원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일괄 발송된 문자인듯 했다.



대전 근처에 살지도 않거니와 요 근래 대전**병원에 간 적이 없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대전**병원 원무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은 기억이 났다. "어머니가 원무과 창구에 신분증을 놓고 가셨으니 찾아가세요"라는 전화였다. '아하! 그렇게 된 거였구나' 하고 그제서야 나는 전후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문제의 9월6일, 어머니는 혈압약 처방 등을 받기 위해 대전**병원을 찾으셨다. 그리고 진료접수 과정에서 신분증을 놓고 가셨으며, 원무과 직원은 그걸 돌려드리기 위해 연락처를 찾던 중 진료기록 보호자란을 보고선 내게 전화를 한 거였다.


어머니가 다른 지역에 사실 때 대전**병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예약을 하고 모시고 다녔더니 자연스레 보호자란에 이름이 올라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병원이나 보건당국은 이번에도 내가 동행을 했을 거라 이유있는 추론을 한 거고, 그 결과 나에게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는 잘못된 안내문자를 보낸 것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검사 대상자에서 벗어났지만, 문제는 어머니였다. 단순 검사자라곤 해도 어쨌거나 왔다갔다 하는 과정에서 확진자와의 접촉 가능성이 있었고, 공기 중으로도 전파되는 코로나19 감염 특성 상 밀접 접촉자가 아닌 단순 검사자라 해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반드시 검사를 받으시게 만들어야만 했다.


스마트폰으로 전화기를 바꾼 이후 전화 받는 단순한 조작조차 힘들어 하시고, 문자는 아예 볼 줄 몰라 문자음이 울려도 거들떠도 안 보는 어머니임을 잘 알기에 나는 바로 전화를 드려 이러저러한 상황이라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씀 드렸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는 내 전화를 받기 전까진 당신이 단순 검사자로 분류돼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계셨다.


심지어 내가 "9월6일 대전**병원 방문한 사람들은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을 드린 뒤에도 "몸에 금붙이를 붙이고 다니면 코로나 안 걸린다고 했으니 난 괜찮다"고 말씀하셨을 정도였다. 정말 황당한 얘기였다. 전에도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있어 "그건 전혀 근거도 없고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라 몇 십 번은 말씀드렸었지만, 팔십여섯이라는 연세는 그렇게 쉽게 설득 당하는 나이가 아니었다.


답답한 속을 억눌러가며 장시간에 걸쳐 마라톤 화를 이어갔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달려가 직접 보건소로 모셔가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어머니는 바쁜 회사 일 팽개치고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만 같은 아들놈 기세에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듯 마지못한 어조로 검사를 받으러 가겠다고 약속을 하셨다. 그리고 약속대로 집 가까운 보건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으셨다. 정말 다행한 일이었다.


다음날 점심 무렵, 검사 후 만 하루가 지났을 시간쯤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천만뜻밖에도 어머니는 "검사 결과? 그건 일주일 뒤에나 나온다 그랬어"라고 천연덕스레 대답하셨다. 앞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던 주변 사람들 사례를 보면 늦어도 하루, 빠르면 반나절만에도 결과가 나오던데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었다.


그래서 나는 "누가 일주일이나 걸린대요?" 하고 여쭸는데, 어머니는 "주변 할머니들이 다들 그래"라고 답하셨다. 그랬다. '몸에 금붙이를 붙이고 다니면 코로나에 안 걸린다'던 말도 안 되는 피셜에 이은 또 하나의 주변 할머니피셜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문자를 볼 줄 몰라 문자음이 울려도 아예 거들떠도 안 보는 어머니 성격에 일주일 뒤에나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 코로나 검사 결과 문자 따위가 안중에 있을리 없었다.


답답해진 나는 아내와 함께 어머니 집 관할구역 보건소로 전화를 걸어 검사결과 확인을 시도했다. 일하는 틈틈이 전화를 건 나보다는 아내가 좀 더 적극적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같은 우리의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유동인구가 많고 감염 위험이 높은 대형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그런가는 몰라도 통화량이 폭증해 전화를 걸 때마다 온기 없는 기계 안내음성만 들릴뿐 사람 목소리는 들을 수조차 없었다.


몇 시간쯤 지나 아내가 지친 목소리로 "결국은 통화를 못했네요" 하고 전화해 왔을 때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해줬다. "이제 그만 전화합시다. 만일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이 나왔으면 보건소 직원들이 먼저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거나 집으로 찾아갔을 겁니다"라고.


사실 이 말은 곧 답답한 심정의 나 자신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했다. 그 말의 절반쯤은 어머니가 앞서 보건당국에서 받은 문자 내용마따나 그저 단순검사자일뿐 코로나 확진자와는 스쳐 지난 악연조차 없을 거란 간절한  기도였고, 나머지 절반쯤은 확진자 발생 시 대응까지 채 하루도 걸리지 않는 대한민국 코로나 대응 의료시스템에 대한 믿음이었다.


부디 우리 어머니 같은 분들이 금붙이를 몸에 지니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범을 못한다느니 뭘 먹으면 코로나가 예방된다더라 따위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들에 혹하지 말고,  코로나 검사 받으면 사람이 많이 밀려서 결과 나올 때까지 일주일은 걸린다더라 하는 근거없는 카더라 통신에 속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도 있듯이 내가 잘 모르는 영역에 관련된 일은 관계 전문가 말에 귀를 기울이는 상식적인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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