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봐야 티끌이란 말은 틀렸다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6

by 글짓는 사진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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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다.

보릿고개를 겪을 정도로 가난했던 시절,

티끌만큼의 여유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무언가 희망을 찾기를 갈망했던 사람들의 아우성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요즘은 '티끌 모아봐야 티끌'이라는 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를테면 몇 시간씩 여기저기서 폐지들을 긁어모아 산을 쌓다시피 실어 날라봐야

한 시간 분 알바비에도 채 못 미치는 5천원 남짓 받을까 말까 한 풍요로운 지금 세상에선

티끌 따위를 모으는 건 시간과 노력 낭비라는 얘기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다.

하지만 보릿고개 등을 힘겹게 넘어오신 우리 아버지들도 이에 동의하실까?

아마도 십중팔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고, 이 아까운 걸 왜 버리냐?"

"요즘 사람들은 물건 귀한 줄을 몰라" 하는 말씀들을 요즘도

입에 달고 사시는 분들이 바로 우리 아버지들이기 때문이다.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모든 게 풍요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게 아끼고 구두쇠짓을 해가며 악착같이 살아오셨기에

보릿고개 같은 최악의 가난조차도 이겨내실 수 있었을 게다.

'티끌 모아봐야 티끌'이라는 마인드로 요즘 사람들처럼 살았다면

가족들을, 가정을 온전히 지켜내기 힘드셨을 게다.


새벽시장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태우다 남은 나무조각들을

주섬주섬 모아 소중히 챙기시는 시장 상인 한 분의 모습을 보며

나는 우리 아버지를 떠올렸다.

젊은 시절, 자전거 기술자를 꿈꿨던 우리 아버지는

오다가다 쓸만한 자전거 부품이 보이면 다 챙겨와서는

종류별로 나눠 보관하곤 하셨었다.


어린 내겐 그것들이 좁은 집구석 여기저기서

기름 냄새만 풀풀 풍기는 쓸모 없는 쇳덩이에 불과했지만

자전거 기술자를 꿈꿨던 우리 아버지에게 그것들은

답답한 월급쟁이 신세를 벗어나 젊은 날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줄

든든한 밑천으로 보였을 것이다.


결국 꿈으로 끝나고 말긴 했지만

그런 꿈이나 희망조차 없었다면 우리 아버지들의 삶은 더 한층

힘들고 고단하시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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