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트와네트만 비웃을 일이 아니다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7

by 글짓는 사진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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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왕비였던 마리 앙트와네트 하면 많은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떠올리는 일화가 있다.

굶주림에 지친 국민들이 빵을 달라고 시위를 하자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일갈했다는게 바로 그것이다.

시누이가 했던 말이 정적들에 의해 그녀에게 억울하게 덧씌워졌던 거고,

'고기' 운운한 내용도 사실 와전된 것이긴 하지만,

배 부른 놈은 배고픈 놈 사정 따윈 이해 못한다는 측면에선 오십보 백보였으니 그리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오십보 백보가 어찌 마리 앙트와네트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들 대다수 역시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한 식구로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우리 아버지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선...


1950~60년대, 혹은 그 이전을 살아온 우리 아버지들은

대개 전쟁과 기아, 공포라는 걸 몸소 겪으며 전쟁같은 세월을 살아왔다.

어떤 의미에선 살아왔다기보다는 어렵게 '생존'을 이어왔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 속에서 생존을 이어오는 건 우리 아버지들의 지상과제였고,

폼나게 살기보다는 비록 폼은 좀 떨어져도 생존하는 게 더 중요했다.


배운 거 없고 가진 거 없는 우리 아버지들이 생존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였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잡는다는 말을 금과옥조 삼아 남들보다 부지런을 떨어야만 했고,

비굴해 보이고 초라해 보일지언정 낮은 곳에서 악착스레 버텨내야만 했다.

남들처럼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하고 싶은 짓 다 하고 사는 건 언감생심이었으며,

아껴 쓰고 고쳐 쓸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열 번이건 백 번이건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 바닥을 밟고 올라서서 우리는 지금의 풍요로움을 한껏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아버지들의 헌신과 희생을 제대로 알지 못 한다.

마리 앙트와네트 혹은 그 시누이가 빵을 달라는 국민들의 아우성에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 했다는 말에는 혀를 끌끌 차면서도

정작 우리 아버지들에 대한 무지몽매함에는 모두들 눈을 질끈 감고만 있었다.


이제 그만 양심적으로 눈을 떠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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