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사진장이 Sep 24. 2021

소녀의 꿈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19

아마추어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한 축구경기장을 찾았다가

휠체어에 앉아 낡은 축구공 하나를 두 손으로 꼭 움켜쥔 채

뚫어져라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한 소녀를 보았다.


딱히 누구를 응원하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프로축구 경기도 아닌 아마추어 경기를 그렇듯 열심히

한눈 한번 팔지 않고 몰입하고 있는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겨우 형태만 남아있을뿐 축구공이라 말하기도 민망한 낡은 공을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양 두 손으로 소중히 움켜쥐고 있는 이유도,

축구 경기와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이는 휠체어에 앉은 사연도 궁금했다.


'다치기 전엔 축구선수였던 걸까?',

'부상으로 인해 다신 축구를 할 수 없게 된 걸까?' 등

온갖 생각과 궁금증들이 머릿 속을 휘돌았다.


그러다가 종래엔 그녀가 갑자기 휠체어를 박차고 일어나  

손에 들고 있던 축구공을 발로 차며 골문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도 그려졌다.

어쩌면 그녀 역시 그런 장면을 머릿 속에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그녀는 마치 '나도 달리고 싶어. 공을 몰고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가슴이 터져라 달리고 싶어!'라고 온몸으로 외치는듯 했다.

작가의 이전글 "작은딸, 너 남자 '얼굴' 보는 여자였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