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53
석가모니가 출가하기 얼마 전 자식이 태어나자
장애가 생겼다는 의미로 "라훌라"라고 탄식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성인 반열에 오른 석가모니조차도 아버지라는 무게가 더해지는 순간
자신이 하고픈 일에 오롯이 매진하긴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아버지가 되는 순간 아버지들은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
홀홀단신일 때는 기분 내키는대로 아무렇게나 살아도 무방하지만
아버지가 되는 순간 몸가짐부터 마음가짐까지 모든 게 달라져야만 한다.
그게 친구들과 음주가무를 즐기는 따위 가벼운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석가모니의 출가 결심과 같은 묵직한 일이라면 문제는 사뭇 심각해진다.
자식도 소중하지만 아버지 자신의 인생 역시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버지들은 이같은 이해관계 충돌이 생겼을 때
당신 자신보다는 자식을 위한 선택을 하시곤 한다.
아버지로서 자식을 세상에 태어나게 만들었으니
최대한 할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내지 부채감 때문일 거다.
하지만 정말 드물게는 당신 자신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도 하는데
그건 당신 혼자 참고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의미라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이럴 때는 자식들이나 가족들이 좀 너그럽게 봐줬으면 좋겠다.
배신감이 들고 원망스런 마음이 드는 거야 어쩔 수 없겠지만
오죽하면 그러실까 하고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좀 봐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그렇게라도 정말 살아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그러시는 걸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