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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Oct 05. 2021

요즘 결혼보단 옛날 결혼이 난 재밌다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21

요즘 결혼은 대개 답답한 실내 예식장에서 치뤄지지만,

우리네 전통혼례는 사방이 툭 터진 마당에서 치뤄졌다.


요즘 결혼은 예식 진행 도중 밥 먹으러 가는 하객이 태반이지만,

우리네 전통혼례는 온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밥보단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지곤 했다.


요즘 결혼은 '혼수'라며 복중 태아와 함께 세 가족이 함께 가족적으로 치루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우리네 전통혼례는 그 자리가 첫 만남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보이지 않는 가슴 두근거림과 설레임이 감돌았다.


요즘 결혼은 예식이 끝나기 무섭게 신혼여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신랑 신부가 바람처럼 사라지기 일쑤지만,

우리네 전통혼례는 신혼 초야를 신부집에서 치뤘기 때문에 짖궂은 훼방꾼들과의 재미진 공방전이 벌어지곤 했다.


그 재미지고 구경거리 많은 전통혼례를 다시 보기 힘들다는 게 나는 매우 안타깝다.

물론 요즘도 간혹 전통혼례로 결혼식을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신랑 각시 복장 같은 외형만 흉내내는 수준에 불과하다.

사방이 툭 터진 마당에서 온 동네 사람들의 축하 속에 잔치처럼 왁자하게 치뤄지던 전통혼례 풍경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이 사진 역시 전북 고창 모양성제 행사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된 외형만 흉내낸 전통혼례에서 얻은 거긴 하지만,

그나마 처음 신랑을 마주하게 될 신부의 수줍음과 설레임, 자기 일처럼 반기고 축하해주는 마을 사람들 모습 등을

극히 일부나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가 매우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다.


축의금 접수대에 봉투 전달하기가 무섭게 마치 밥 먹으러 거기까지 온 사람이기라도 한 것처럼

바쁘게 식당으로 달려가기 일쑤인 하객들이 넘쳐나는 우리 시대 결혼식들을 보노라면

함께 웃고 즐기고 아낌없는 축하와 축복을 보내주며 왁자한 마을잔치로 치뤄지는 전통혼례가 그리워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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