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사진 한장 #22
오일장으로 열리는 남원 우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순박한 농부님들도 일쑤 성난 황소가 되곤 한다.
어떻게든 값을 후려치려는 장사꾼들의 수작질에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아따 성님, 이 정도면 정말 소끔 잘 쳐준거랑께!" 하고
장사꾼이 얼토당토 않은 가격이라도 제시할라치면 농부님은
"삶은 호박에 이빨도 안 들어갈 소리 하덜 말어. 내가 자식처럼 키운 소인디 그 가격으론 못 파는구만" 하며
당장이라도 소를 끌고 가버릴듯한 단호한 액션과 함께 부러 벌컥 화를 내시곤 한다.
"아따 성님,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고 고래 가버리면 섭하지" 하며
장사꾼은 새로운 가격 조건을 제시하고
그런 실랑이들 끝에 농부님은 별로 내키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듯 소 고삐를 넘겨주신다.
한 때는 사람 몇 몫을 하는 고마운 농사 일꾼으로,
때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놈들 대학 보낼 학자금으로
가축이되 가축 이상의 의미를 지녔던 소이기에
이들을 떠나보내는 농부님들의 이별 의식은 사뭇 비장감마저 감돈다.
수입소고기 시장이 개방되면서 비록 그 금전적 가치는 예전만 못해졌지만,
잘 키운 소를 떠나보내는 농부님들의 애틋한 마음만큼은 그제나 이제나 변함이 없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