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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Oct 21. 2021

"다 괜찮다"며 등 다독여줄 어른 한 분이 그립다

소소잡썰(小笑雜說)

소소잡썰(小笑雜說)

내가 사는 전라북도에선 한동안 <전북의 어른상>이란 걸 제정해 해마다 시상을 했었다. 어른이 없는 이 시대에 존경하고 따를만한 어른을 발굴해 사표로 삼겠다는 의도에서였다.


그 취지는 참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상은 불과 몇 년 이어지지 못했다. 원인이야 여럿 있었겠지만 내가 판단했을 때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 아닐까 싶다.


앞다퉈 참여하려는 참가자들로 넘쳐나는 <스우파> 같은 TV 경연프로들과는 달리 후보로 나서려는 전북지역 어른들도 많이 없었고, 이를 관심 있게 지켜봐주고 응원하는 젊은이들도 별로 없었다. 결국 몇몇 관심 있는 사람들만 참여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돼버렸고,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다는 냉정한 시장원칙에 따라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


기왕에 시작한 거 좀 더 잘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른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시대적 요구도 곳곳에 분명 존재하고 있었고, 제대로 된 어른 한 분 깃발처럼 우뚝 서있길 기대하는 마음들도 있었다. 그런데 왜 그런 어른을 발굴하려는 시도는 사람들의 외면을 받은 걸까?


아마도 우리 모두 저만치 앞서나가는 시대를 허겁지겁 뒤쫓아가기 바쁜 나머지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오시는 어른들을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던게 아닐까 싶다. 앞으로 달려나가기만도 벅찬 시대를 살아가느라 옆이나 뒤는 돌아볼 여유가 없는 거다.


때론 엄한 아버지처럼, 때론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우리가 힘들어하거나 절망에 빠졌을 때 "괜찮다, 다 괜찮아 질 거다" 하는 따뜻한 말 한 마디 곁들여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고 등 다독여 줄 어른 한 분 곁에 계시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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