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잡썰

아내를 당황하게 만든 작은딸의 기습뽀뽀

소소잡썰(小笑雜說)

by 글짓는 사진장이


우리집 쌍둥이 딸이 여덟 살 때 일이다. 주말을 맞아 가족 나들이를 다녀오던 길이었는데, 갑자기 "우왁!"하는 아내의 비명소리가 호들갑스럽게 차 안에 울려퍼졌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작은딸과 뽀뽀를 하는데 두 입술 사이에서 갑자기 벼락 치듯 정전기가 일어서 그랬단다.


'사람이 싱겁기는…' 하는 생각에 피식 웃으며 다시 운전에만 집중을 했다. 그런데 잠시 후 또 한번 "우왁왁왁왁!" 하는 아내의 비명소리가 차 안에 울려퍼졌다. 앞서보다 몇 배는 더 요란한 비명소리였다. 운전하느라 시선을 돌릴 수 없었던 나는 "이번엔 또 무슨 일인데?" 하고 시큰둥하게 물었다. 비명소리가 좀 더 요란하긴 했지만, 십중팔구 앞서와 비슷한 상황일 거라 지레 짐작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아내의 대답은 천만뜻밖이었다. "내가 우리 작은딸 때문에 못 산다!"였으니 말이다. 좀 엉뚱한 구석이 있는 작은딸이 필시 뭔가 제 엄마를 기함하게 만들만한 기상천외한 행동을 한 모양이었다. 이번엔 또 뭘 어떻게 했길래 그럴까 궁금해 "작은 따님이 뭘 어쨌는데?" 하고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글쎄 당신 작은 따님께서요..." 하며 고자질하는 어른이 모드로 뒷좌석에서 벌어진 저간의 상황을 미주알고주알 고해 바쳤다.


얘기인즉 작은딸은 앞서 뽀뽀할 때 정전기가 발생하자 이 난국을 타개할 묘책을 딴엔 열심히 궁리한 모양이었다. 그 결과 한 가지 기상천외한 방법을 찾아냈다. 아마도 과학동화 책을 통해 배웠던 '정전기는 주변 환경이 지나치게 건조할 때 잘 발생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은 모양이었다.


앞선 제 엄마와의 뽀뽀 과정에서 발생한 정전기는 두 사람의 입술이 너무 건조해서 그렇다고 나름대로 판단을 내렸고, 그 대비책으로 혓바닥을 이용해 제 입술 전체를 침으로 촉촉히 적시는 방법을 궁리해낸 듯했다. 잠시 뭔가 골똘히 생각한 끝에 혓바닥을 내둘러 제 입술을 빈틈없이 적신 걸 보면 말이다.


여기까지는 여덟 살배기니까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작은딸은 그걸로는 충분치 못하다고 판단했는지 침 적신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어 2차 뽀뽀를 시도하는 한편, 제 엄마 입술도 촉촉히 적셔주려는 듯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훅 들어왔다고 한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아내가 기함해 비명을 내지를만도 했겠다 싶어 웃음이 나왔다.


'결혼뽀뽀'라고 작은딸이 명명한 당황스런 뽀뽀에 나 역시 기습적으로 당해본 적이 있기에 그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됐다. 십중팔구 TV에 나오는 어른들 키스를 흉내냈지 싶은데, 얼마 전 작은딸은 "결혼뽀뽀 해줄게요!" 하며 입을 한껏 크게 벌려 내 입술 전체를 덥석 물듯이 덮치는 진한 뽀뽀를 선보인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들을 겪고 난 아내와 나는 이날부로 작은딸에게 '뽀뽀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새로 선사했다. 가끔은 '결혼뽀뽀'나 혀를 날름거리는 뽀뽀 등 좀 당황스런 것들도 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작은딸은 이 무렵 평생 제 엄마 아빠에게 해줄 뽀뽀 대부분을 다 퍼준 게 아닌가 싶다. 그 후 어마무지한 짠순이 모드 긴축재정에 들어간 걸 보면...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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