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더 이상 미안해 하지 마세요!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9

by 글짓는 사진장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70대 아버지가 어릴 적 꿈이었던 발레리노에 도전하는 모습을 그린 TV드라마 나빌레라를 보다 보면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나온다.

극중 주인공이 병 걸린 사실을 숨긴채 아슬아슬한 일상을 이어가던 중 잠시 정신을 놓았다가 아내에게 들키자 "해남아, 미안해"라고 사과하는 장면이다.


이를 보며 순간 울컥했다. 아버지는 뭐가, 왜 미안했던 것일까 싶어서다. 왜, 무엇 때문에 병 걸린 사실을 미안해 해야만 했을까 화가 나서다.

자식놈들이 병약하거나 무슨 큰병에 걸려 아플 때도 당신 탓이라며 미안해하고 아파하더니만, 왜 당신 아픈 것까지 또 본인 잘못이라 여기는 건가 말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영화 은교를 통해 널리 알려진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대사를 문득 떠올렸다.

미국 시인 시어도어 로스케가 했다는 이 말을 50대 접어들어 자식 혹은 자식 세대와 부대끼다 힘이 들때면 모르는 결에 한번씩 되뇌이곤 한다.


그러면서 노환으로 한번씩 자리에 누우실 때마다 가족들에게 늘 미안해 하시던 우리 아버지를 떠올리곤 한다.

우리 아버지도 그렇고 이 땅의 아버지들이 이제 좀 그만 미안해 했으면 좋겠다. 당신들은 이미 차고 넘치도록 할 도리를 다하지 않았는가.


늙고 병든 건 아버지 당신들이 가족들에게 미안해 하실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기운이 다 빠지도록 가족들을 위해 소처럼 묵묵히 살아온 지난 세월을 가족들로부터 위로 받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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