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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어 밥은 먹고 사시는가?"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36

by 글짓는 사진장이

사진을 찍으러 돌아 다니다가 어머니 연배쯤 되는 분들을 만나면 가장 자주 듣는 말이

"밥은 먹었는가?" 내지는 "그거 해서 밥은 먹고 사시는가?" 하는 물음이다.


60년대 보릿고개를 겪은 까닭에

하루 세 끼 자식들 배 곯리지 않고 사는 일이 전쟁 같은 상흔으로 남아있다 보니

자식 뻘쯤 돼보이는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밥은 먹고 다니는지,

혹시 배 곯고 사는 건 아닌지가 염려되시는 모양이다.


덕분에 아직 밥을 안 먹었노라 대답하기라도 하는 날엔

꼼짝없이 붙잡혀 반강제로 뜻밖의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도 왕왕 벌어지곤 한다.

당신들 드시는 밥에 숟가락 하나만 더 올리면 된다며 막무가내시다.

이쯤 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꾸역꾸역 먹는 시늉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

진심으로 성의를 베푸는 사람은 어떤 방법으로도 이길 수가 없는 까닭이다.



일면식도 없는 나같은 놈에게까지 밥 먹었느냐 물어봐 주시고,

반강제로 기어이 밥 한 술 뜨게 만드시는 어머니들을 보노라면

이런 게 세상 모든 엄마들 마음인가 싶어 가슴이 뭉클해지곤 한다.


당신이 그러는 것처럼 다른 엄마들도 내 자식 배 곯진 않나 들여다 봐주고,

혹여 배를 곯거들랑 밥 한 끼 챙겨주는 따뜻한 세상을 어머니들은 꿈꾸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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