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자리 마른 자리 가려 고이 길러 놨더니만...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13

by 글짓는 사진장이


평소엔 아무리 힘든 일을 시켜도 순한 눈만 꿈벅거리며

기력이 약해진 아버지를 도와 열일 해주던 누렁이 녀석.


이날은 뭐에 심사가 뒤틀렸는지 길을 가다 말고 멈춰선 채

아버지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속 타는 아버지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머니는 왜 안 가느냐 재촉하고

아버지는 마나님 눈치보랴 누렁이 달래랴 둘 사이에서 진땀을 흘리신다.


누렁아 누렁아! 아무리 말 못 하는 짐승이라고 해도 그렇지,

그동안 진 자리 마른 자리 가려가며 쇠죽까지 쒀 정성껏 돌봐줬건만

가뜩이나 힘 빠진 아버지께 너무하는 거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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