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소잡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17. 2022

앞뒤좌우 동료들 모두 코로나에 걸렸다

소소잡썰(小笑雜說)

좀 거리가 떨어진 회사 내 다른 부서들에서 확진자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가볍게 '코로나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구나!'라고만 생각했다. 부러 찾아간다면 모를까 업무 연관성이 크지 않아 그들과 직접 접촉할 가능성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같은 건물 아래층과 위층 부서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자 조금 위기의식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같은 건물이다 보니 엘리베이터라든가 식당 같은 곳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제법 높기 때문이었다. 좀, 아니 많이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복도를 마주한 옆 부서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쪽 부서와는 업무상 서로 자주 왔다 갔다 하는 사이다 보니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일을 포기한다면 모를까 직간접적으로 확진자 혹은 밀접접촉자인 누군가와 알게 모르게 마주 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거다.


그게 지난주까지의 상황이었는데, 이번 주로 접어들자 상황은 한층 심각해졌다. 주말을 끼어 이틀 간 휴가를 쓰고 잠깐 쉬다 온 사이 우리 팀에서도 확진자가 4명이나 발생한 거다. 그중 3명은 내 책상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 자리, 그리고 뒷자리에 근무하는 동료들이었다. 1명은 휴가 도중 이미 소식을 접했지만, 나머지 2명은 전날 밤늦게 확진 판정이 나오는 바람에 출근 뒤에야 알게 됐다.


출근과 동시에 채 1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근무하던 동료들 3명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진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마음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이게 도대체 뭔 난리인가 싶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앞자리에 근무하는 동료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조심하세요. 우리 아내도 확진이라 나도 어제 1차 검사받았고, 내일 재검사 받아야 할 상황이니까..."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오늘 아침, 앞자리 동료마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비보가 날아왔다. 그야말로 '오 마이 갓!!!'이었다. 사면초가는 초한지에 나오는 역발산기개세 초패왕 항우만 당하는 건 줄 알았더니 소시민에 불과한 내가 그런 상황에 빠질 줄은 미처 몰랐다. 하루 확진자가 60만이 넘는 최악의 상황이라곤 해도 앞뒤 좌우 동료가 모두 확진 판정을 받는 거짓말 같은 상황이 내게 벌어질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이 전개되자 다른 동료들은 농담인 듯 농담 아닌 농담 같은 어조로 "혹시 몸 안에 슈퍼백신 같은 거 키우세요?" 하고 물어왔다. 나도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아닌 것 같다. 다만 우리 팀에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그 시점에 운 좋게도 휴가 중이었다는 사실이 나를 지켜준 게 아닌가 싶다.


지난 2년여간 국내에서만 누계 8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정말 운 좋게도 내 주변은 무풍지대처럼 평온함을 이어왔다. 그런데 한번 둑이 터지자 동시다발적으로 급격히 확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오미크론이 주를 이루고 있는 덕분에 주변 사람들 중 누구도 크게 위험한 상황으로 까진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세상에 만만한 병은 없는 법이니 긴장을 늦출 순 없는 일이다.


한참 동안 안전지대라 생각해왔던 내 주변도 덕분에 이제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게 됐다. 매일 아침 출근 시, 각 건물과 식당 출입 시마다 시도 때도 없이 해오던 발열 체크도 더는 필요충분한 안전필터링이 아닌 존재가 돼버렸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던 동료들이 오늘 갑자기 확진 판정을 받는 아찔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월급쟁이인지라 이런 상황이 나는 정말 곤혹스럽고 당황스럽다. 아마 다른 많은 월급쟁이들도 나와 비슷한 심정일 거다. 마음 같아서야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코로나 대유행을 피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어디 안전한 곳으로 피해 숨어살고 싶지만, 외국이라면 혹시 모를까 대한민국 월급쟁이한테 이는 애당초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안녕한 오늘까지가 나에겐, 우리에겐 가장 운 좋은 날들이었다생각이 든다. 하지만 운이란 건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는 거다. 이제부턴 운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나,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나가야 할 거라는 생각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따위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필사적으로 도망치든, 혹은 싸워 이기든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있을 거라 믿는다.


■이미지출처 :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나한테 찍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