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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 한 장
이젠 옛 전설로 남을 옥정호 붕어섬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49
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14. 2022
지금은 제법 큰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전북임실 옥정호지만,
불과 십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정은 많이 달랐다.
물안개가 환상적인 초봄 혹은 늦가을쯤 몇몇 사진작가들만 즐겨찾는
숨겨진 비경 같은 곳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인터넷 사진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물안개와 얕게 드리운 운해 속에 신비로운 붕어섬이 자리잡은 모습에 반해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앞다퉈 찾아오는 사진촬영 명소가 됐다.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엔 방송 등 각종 매체에서 여행명소로 소개되기 시작했고,
관할 지자체인 임실군에서는 늘어나는 여행객 수요에 발맞춰
옥정호 전망대 등 관련 시설들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확충했다.
그게 몇 년 전 마지막으로 내가 옥정호를 다녀올 무렵까지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 언론을 통해 오랜만에 소식을 접해보니 옥정호에 큰 변화 조짐이 일고 있었다.
그동안 거의 무인도나 다름없었던 옥정호 붕어섬에 출렁다리가 연결된다는 거다.
뿐만 아니라 붕어섬 여기저기 국화꽃밭까지 조성을 하겠다고 한다.
육지와 동떨어졌던 섬에 다리가 연결되는 것만큼이나 큰 변화가 시작된 거다.
백룡(白龍)이 붕어섬을 휘감아 나르는 듯한 모습이 신비롭다.
사진 찍는 사람
중 하나로서 느끼는 특정집단 이기심인진 몰라도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옥정호와 붕어섬은 이제 완전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선이 노닐 듯한 신비감을 주던 섬이 돌연 인간세계로 내동댕이쳐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개발이라는 미명에 밀려 아름다운 옛모습을 훼손당한 여러 다른 관광지들처럼
옥정호 역시 이제 옛모습을 훼손당한 채 흔해빠진 관광지 중 하나가 되는 건가 싶다.
하기사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 밀림도 훼손당하고 있는 판국에
도시에서 겨우 몇 발짝 벗어난 옥정호 같은 존재가 옛모습을 유지하길 바라는 게 욕심일 거다.
욕심인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건
다른 어떤 곳에서도 쉽게 대체재를 찾기 힘든 독보적인 존재이기, 아니 존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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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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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겸 사진장이. https://m.blog.naver.com/bakilhong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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