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15
풍찬노숙(風餐露宿)이라는 말이 있다.
바람에 불리면서 밥을 먹고 이슬을 맞으면서 잠을 잔다는 뜻으로
떠돌아 다니며 고생스럽게 사는 걸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가진 게 별로 없어 오일장 장꾼 같은 밑천 안 드는 일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었던 우리 아버지들에게
이 풍찬노숙이라는 말은 한몸이나 다름없는 아주 친숙한 단어였다.
밥 먹으러 어디 음식점에라도 갔다간 귀한 손님 놓치기 일쑤니 '풍찬'할 수 밖에 없었고,
번듯한 가게 얻을 형편이 안 돼 길 한 귀퉁이 맨땅위에 자리를 잡아야 했으니 '노숙'일 수밖에 없었다.
풍찬노숙은 둘째 치고 심지어 밥을 먹는 그 잠시 잠깐조차 마음 편히 밥만 드실 순 없었다.
고만고만한 경쟁자들과 이웃해 장사를 하다 보니 잠시 한눈이라도 팔았다간 손님 뺏기기 일쑤였기에
밥 먹는 도중이라도 손님이 오시는지 사주경계를 소홀히 해선 안 되었고,
언제든 튕겨 일어나 달려나갈 채비를 단단히 차리고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게 밥 한 끼 편하게 먹지 못한채 길 위에서 온갖 풍파를 겪어도
당신 한몸 고생하는 것으로 안온하게 잘 지켜낼 수 있는 가족이 있었기에
아버지들에게 있어 풍찬은 오히려 성찬(盛饌)이었고, 노숙은 안숙(安宿)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