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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28. 2022

태국 <위험한 시장> 닮은꼴 이팝나무 철길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51

태국 여행 중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 중 <매끌렁시장>이란 곳이 있다.

별명인 <위험한 시장>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좁은 기차길 양옆으로 장사꾼들이 길게 늘어서 시장판을 벌이는데,  

열차가 들어올 때마다 순식간에 자리를 접었다 펴는 이색적 풍경으로 유명세를 탔다.


오죽 장사판 벌일 곳이 없었으면 저런 위험한 데서 장사들을 하고 있을까 싶으면서   

가게 점포 하나 구할 돈 없어 튼튼한 몸뚱이 하나 밑천 삼아 보따리 보따리 이고 진 채

오일장이 열리는 시골 구석구석까지 쫓아다니던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장사꾼들 입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열차 기관사들 입장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그 어지럽게 난전이 펼쳐진 시장 한복판을 덩치 큰 열차를 몰고 통과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천에 하나 만에 하나 누가 깔려 죽거나 다치기라도 할까 봐 매번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닐테니까...



이팝나무가 만개하는 매년 이 맘 때면 한바탕 몸살을 앓는 전주시 팔복동 철길을 볼 때마다

나는 이 태국의 <위험한 시장>을 떠올리곤 한다.

철도 관계법에 의거해 엄중처벌 받을 수 있다는 경고문구와 역무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이 맘 때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철로 주변으로 몰려들어 아슬아슬한 풍경을 연출하는 까닭이다.


태국의 <위험한 시장> 상인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생계형 범법자가 되고 있다면

전주시 팔복동 이팝나무 철길을 무단으로 넘나드는 관광객들의 경우

인생사진 한 장 남길 욕심에 범법자 아닌 범법자가 되고 있다는 게 다르다면 다를뿐...


원래 장사도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 법이고,

사진도 위험한 사진이 더 희소가치가 높아 인간들 욕망을 한층 강렬하게 자극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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