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웃을 수 있는 이유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24

by 글짓는 사진장이


젊은 시절엔 그 무거운 쇳덩이 뻥튀기 기계를 지게에 짊어진 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마을 저 마을 돌아 다니셨다는 아버지.


형편이 좀 피자 리어카를 하나 장만해 등짐 지는 수고는 덜었지만,

여름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불 가까이 가는게 너무 싫어 개인기를 하나 개발하셨단다.


뻥튀기 기계 손잡이에 길다랗게 노끈을 묶은 뒤 먼 거리서 척척 돌리는 게 그것인데,

기분이 좋으실 때면 박자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한 유쾌한 모습을 선보이곤 하신다.


여름철 불 가까이 가는걸 싫어하는 사정을 잘 아는 터라 오다가다 한번씩 들르는 친구들은 가장 먼저 불부터 살펴보곤 한다.

화력이 부족하다 싶으면 대신해서 장작을 넣어주기 위해서다.


젊어서 좀 고생은 했지만, 덕분에 등 따시고 배 부르게 한 세상 잘 살았고,

늙으막에 좋은 친구들까지 남겼으니 이 정도면 잘 산 인생 아니겠느냐며 아버지는 활짝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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