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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 안에는 작고 여린 소년이 숨어산다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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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사진장이
Jun 14. 2021
"아 다 늙은 놈이 무슨 썬글라스질이여?"
이발소 소파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던 중 동네 친구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버지는 대뜸 시비조로 한 말씀 내지르신다.
기다리기가 지루하던 참인데 이놈 마침 잘 걸렸다 싶으셨던 모양이다.
"나이도 어린 놈이 형님한테 말하는 뽄새 좀 보소"
그 마음을 익히 짐작하셨는지 친구분 역시 걸쭉하게 맞받아치신다.
평소에도 내가 형이니 네가 동생이니 적잖이 투닥거리셨겠다 싶다.
"네놈한테는 하나두 어울리지 않으니 나나 한번 써보자 이눔아" 하며
아버지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선글라스 뺏기에 나서시고
"아 이눔아, 비싼 썬글라스 망가져" 하며 친구분은 짐짓 질색을 하신다.
나이는 좀 먹었지만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친구와 투닥거리며 장난을 치는
두 분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며 '우리 아버지들도 이런 모습이 있구나' 싶어
나는 잠시 가슴이 짠해졌다.
아버지라는 멍에, 가장이라는 책임을 짊어지고 사시느라
포커페이스 같은 철가면을 쓰고
평생을
살아오신 우리 아버지들 속 어딘가엔
어른이라는
굴레에 얽매어 살기를 싫어하는
작고 여린 소년 하나가 이렇게 숨어살고 있었구나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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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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