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개와 늑대의 시간

이야기가 있는 풍경

by 글짓는 사진장이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불리우는 때가 있다. 하루 중 해가 막 넘어가는 황혼녘을 지칭한다. 이 무렵이면 멀리서 오는 네 발 달린 동물이 우리집에서 기르는 개인지, 혹은 우릴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이 어렵다는 얘기이다.


황혼녘은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황금시간이기도 하지만, 이내 깜깜한 밤을 맞닥뜨려야 하는 암흑기의 입구이기도 하다. 그걸 이겨낼 랜턴이라든가 늑대와 맞설 무기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자칫 방향을 잃은채 허둥대다가 여기저기 부딪쳐 상처를 입거나 짐승의 무차별 공격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사람의 인생으로 환산한다면 중대한 삶의 전환기이며, 위기의 시간인 동시에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위기를 최소화하고 이를 기회로 삼으려면 개는 잘 거둬 안전한 집 안에 머물게 함으로써 피아를 확실히 구분한 뒤, 늑대의 공격을 막기 위한 튼튼한 울타리와 자물쇠, 맞서 싸울 무기를 준비해야만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生者必滅 花無十日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