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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ug 09. 2022

"내 더러워서 이놈의 직장을 확~"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91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직장이 있다는 게 정말 고맙다"는 아버지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장사가 너무 안돼 지치고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내 더러워서 이놈의 직장 때려치든가 해야지" 하는 푸념도 빈소리로나마 듣기 힘들어졌다. 말이 씨가 된다고 공연히 잘 다니던 직장생활에 무슨 동티라도 날까 봐 다들 입조심을 하는 모양이다.


세상살이가 팍팍해지면 월급쟁이 아버지들은 없던 힘까지 쥐어 짜가며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느라 바빠진다. 혹시라도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어쩌나 싶어 그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미리미리 몸들을 사리는 거다.


이 때쯤 되면 평소엔 별로 눈여겨보지 않았던 가족들의 이런저런 모습들도 눈에 밟혀오기 시작한다. 아직 학업도 다 못 마친 자식들, 칠순 팔순을 앞둔 부모님 등이 새삼스런 무게로 어깨를 짓눌러온다. 그래서 아버지들은 다시 한번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독하게 이를 사려물곤 한다.


아버지인 내가 서있는 지금 이 자리가 모든 걸 걸고 지켜내야만 하는 마지노선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모진 세상 풍파로부터 가족들을 지켜내기 위해선 결코 물러설 수도, 무릎 꿇을 수도 없는 존재가 바로 아버지인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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