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풍경
연속촬영 모드로 열심히 밤하늘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뒷쪽에서 강렬한 랜턴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떤 몰상식한 인간이 사진 찍는데...' 하는 생각으로 뒤를 돌아봤다.
순간 작업복 차림으로 바닷일을 하러 나오는 어부님들을 마주쳤다.
몰상식한 인간이라고 속으로 욕한 게 미안했다.
그곳은 사진가의 공간이 아니라 어부님들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남의 공간에 무례하게 끼어든 건 어부님들이 아니라 나였다.
별사진 몇 장 찍자고 밤바다를 찾은 나는 불청객이었을 뿐이다.
잠시 후 나는 그분들 일하시는데 불편하지 않게 삼각대를 접었다.
그리고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