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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 무섭고 무거운 거다

이야기가 있는 풍경

by 글짓는 사진장이

"뻥 치시네"라는 말이 있다. 한 바가지 남짓한 쌀이나 옥수수를 넣은 뒤 튀기면 한 가마쯤 되는 엄청난 양으로 부풀려내는 뻥튀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상대방이 뻔한 사실을 몇십 몇백 배쯤 부풀려 얘기할 때 흔히 이런 표현을 쓰곤 하는데, 여기서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게 있다. 뻥을 치는 것과 거짓말은 다르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거짓말이란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지어낸 것인 반면 뻥은 어디까지나 사실에 기초한다. 뻥튀기가 요술이나 신기루가 아니라 쌀이나 옥수수 같은 엄연한 실체로부터 비롯된 것과 마찬가지로.



​그런만큼 누군가 상대방에게 "뻥 치시네"라고 말할 땐 거짓말과 엄밀히 구분해서 잘 써야만 한다. 거짓말 하는 사람에게 뻥을 친다고 해도 안 되고, 뻥 치는 사람에게 거짓말 한다고 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광고계에서 빅히트를 기록한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유명 카피 문구가 있다. 이로 인해 어린 학생들이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 하는 시험문제에 자신있게 <침대>를 써냈다가 무더기로 틀리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었다. 일종의 뻥을 친 건데, 결과적으로 어린 학생들에겐 거짓말이 돼버렸다.


​그래서 말이 무서운 거다. 남아일언중천금이란 말도 있듯이 말이란 무섭고 무거운 거다. 잘못 사용하거나 과하게 사용하면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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