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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경은 사람을 미치게도 한다

이야기가 있는 풍경

by 글짓는 사진장이

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노닥거리고 앉았는데 아내가 갑자기 호들갑을 떨었다. "저녁 노을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예쁘다!!!"는 거였다. 아내 뒤를 따라 베란다로 달려나가 보니 근래 보기 드문 노을 풍경이 거기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남향인 우리 아파트 구조상 베란다에선 노을을 반쪽 정도밖에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급한대로 휴대폰 카메라만 챙겨든 채 노을 사진을 찍으러 무작정 달려 나갔다. 경험에 비춰봤을 때 5분내지 10분이면 이내 사그라질 풍경이어서 마음이 급했다.


1층 현관문을 나서자 아파트 전체가 진한 노을 풍경 속으로 녹아들고 있었다. 평상시엔 살풍경하기만 한 아파트 모습이었지만 진한 노을은 이조차 한 폭의 그림으로 둔갑시켰다. 그 순간을 놓칠새라 나는 휴대폰 카메라로 열심히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다른 한편으론 부지런히 발을 놀리며 좀 더 좋은 노을 전경을 찾아 움직였다.


그렇게 큰길 쪽으로 나갔을 때 열심히 열심히 노을 사진을 찍어대는 행인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우뚝 멈춰서서는 홀린 듯 노을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횡단보도 샷은 사진에 쫌 미친 편인 나조차 시도 안해 본 건데...' 하는 감탄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미치도록 아름다운 풍경은 종종 사람을 미치게도 만드는 모양이다. 미치도록 아름다운 노을 풍경은 가끔 보통 사람을 사진작가로 빙의 시키기도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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