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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사진을 잘 찍는 방법

이야기가 있는 풍경

by 글짓는 사진장이


최근 나는 은하수 사진에 필이 꽂혀 천방지축 돌아다니고 있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진 벌써 십 몇 년이나 됐지만, 한 번도 안하던 짓이다.


내가 갑자기 은하수 사진에 꽂힌 이유는 얼마전 새로 바꾼 스마트폰 때문이다. 1억 화소에 광학 10배 줌을 지원한다는 이 녀석과 놀다 보니 은하수 사진에 갑자기 욕심이 생긴 거다.


처음엔 일상적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서브카메라 하나를 장만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녀석을 맞이했다. 사진을 좋아한다곤 해도 무겁고 부피 큰 렌즈교환식 카메라를 늘 들고 다닐 순 없어서였다.


그러다 보니 '이럴 때 카메라가 있었어야 하는데...' 하는 순간들이 종종 생겼다. 그래서 쓸만한 서브카메라 한 대가 늘 아쉬웠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컴팩트카메라를 갖고 다니기도 해봤지만,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계절엔 놓고 다니는 일이 많았다.


그러던 중 카메라 기능이 대폭 강화된 스마트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1억 화소에 광학 10배 줌, 디지털 100배 줌을 지원한다는 스펙을 보는 순간 바로 이 녀석이다 싶었다. 멀쩡한 폰 놔두고 백 몇십만원을 들여 새걸 사는게 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잠시간의 망설임 끝에 뭐에 홀린 것처럼 결국 결제를 해버리고야 말았다.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카메라 같은 장비를 사면 그 제품이 갖고 있는 최대치의 능력을 뽑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은하수 사진에 꽂힌 이유도 그래서였다. 처음엔 1억 화소와 10배 줌 등을 활용해 간단한 일상 사진을 주로 찍었는데, 영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어떻게 사용하나 인터넷과 유튜브 등을 검색해봤다. 그 결과 폰카 전문가들의 사용기를 접하게 됐고, 은하수 사진이 폰카 사진의 끝판왕이라 불린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은하수를 찍는다는 건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때부터 지리산 정령치, 무주 적상산, 부안 바닷가 등 은하수 촬영이 가능하다는 여러 장소를 찾아갔고, 한여름 기승을 부리는 모기에 뜯겨가며 지난 3개월 간 은하수 촬영에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연속 실패였다. 도시에선 보기 힘든 볓빛 반짝이는 하늘을 보는데까진 성공했지만, 선명한 은하수 사진을 담는덴 실패했다. 날씨가 맑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구름 몇 점 없는 파란 하늘을 즐기며 목적지에 도착해보면 그새 하늘이 온통 구름으로 뒤덮여있는 일도 있었고, 지리산 정령치까지 올라갔을 땐 느딧없는 밤안개가 몰려와 하늘을 가려버리는 일도 있었다. 바닷가를 찾았을 땐 예기치 못했던 낚시꾼들의 불빛 세례와 등대, 어선 불빛들이 별빛을 가리기도 했다.


그 모든 실패들을 통해 내가 알게 된 건 우리나라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장소가 정말 드물다는 거였다.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진 온갖 개발사업들로 인해 시골 어딜 가건 가로등 불빛 등 빛공해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 빛공해가 별빛을 가려버리기 일쑤라 은하수 사진을 찍는 건 둘째 치고 육안으로 보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 모든 실패들을 통해 내가 알게 된 건 아름다운 은하수 사진을 찍는 가장 좋은 방법은 쏟아져 내릴듯 아름다운 은하수를 찾아 만나야 한다는 거였다. 아무리 뛰어난 사진가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카메라도 은하수가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 사진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로등 불빛 몇 개만으로도 그 존재가 가려져 버리기 일쑤인 작은 별빛 은하수 앞에 우리가 겸손해져야 하는 이유다.


■아쉽게도 이 글에 쓰인 사진들은 폰카가 아닌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다. 나란히 세워놓고 찍었지만 폰카는 화질이 많이 미흡했다. 눈에 선명히 보일 정도로 선명한 은하수가 아닌한 폰카로는 한계가 있단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의 폰카를 이용한 은하수 촬영 도전기는 폰카의 가능성을 확인하되 그 한계를 절감하는 과정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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