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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an 05. 2023

나보다 오래 다니는 선배는 없다

꼴 보기 싫은 선배를 이겨내는 슬기로운 직장생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꼴 보기 싫은 선배 하나둘쯤 마주치는 걸 피할 방법이 없다. 문제는 꼴 보긴 싫지만 직장이라는 조직 생리상 노골적으로 싫은 티 내는 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내 경우 스스로를 방어할 힘이 부족했던 새내기 시절엔 특히 더했다. 심지어는 이직을 해야 하나 고민했을 만큼 적지않이 마음고생을 하곤 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바보같은 짓 안 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한 번은 옆 부서에 시설관리 문제로 협조를 요청하러 간 적이 있다. 그런데 평소부터 소문이 별로 좋지 않던 선배 하나가 갑자기 급발진을 하면서 "그걸 왜 우리가 해야 해? 씨#놈들이 꼭 귀찮은 건 우리한테 떠넘길려고 지랄들이얏!" 어쩌구 하며 대뜸 쌍욕을 시전해왔다. 전혀 그럴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그래서 나로선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나마 그 무렵은 나 역시 소위 '짬밥'이란 게 좀 쌓여있던 시절이어서 가만히 참고만 있진 않았다. 더군다나 다른 부서라곤 해도 대부분 알만한 후배들 앞에서 백주대낮에 모욕을 당한 셈이라 얼굴도 화끈거렸고, 순간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난 두말없이 "그래요? 그럼 하지 마시든가... 그럼 나는 귀 부서 협조 거부라고 사유 써서 바로 보고서 올리겠습니다" 하고 찬바람을 일으키며 휭 돌아서 나와버렸다.


사무실 내에서 이쯤 난리가 벌어졌으면 해당 부서장에게 보고가 안 올라갈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내가 보고서까지 써서 올린다고 반 협박을 하고 나왔으니 보고가 안 올라갔다면 조직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였다. 자연 뒤늦게 보고를 접했을 해당 부서장은 부리나케 내게 달려왔고, 대신 백배 사과를 했다. 문제의 직원이 자기보다 나이도 많고 성질도 더럽다 보니 통제가 잘 안 된다며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자기관리도 제대로 못해 그렇게 단순하게 성질나는 대로 사고를 치는 사람은 그나마 쉬운 상대였다. 제 성질을 못 이겨 결국은 스스로 제 발에 걸려 자빠지고 마는 스타일이어서다. 진짜 문제가 심각한 건 상사 혹은 선배라는 직위를 악용해 갑질과 횡포를 일삼으면서도 교묘하게 증거를 남기지 않는 유형의 영악한 놈들이었다. 설령 증거를 남기더라도 그걸 무마해 주고도 남을 든든한 빽을 가진 놈들도 상대하기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랜 세월 직장생활을 해본 결과 그 어떤 유형의 사람도 시간을 이기는 놈은 없었다. 요즘 유행하는 '존버'라는 말을 금과옥조 삼아 참고 버티다 보면 결국 그 꼴보기 싫은 놈들은 하나둘씩 스스로 내 눈앞에서 사라지더라는 말이다. 혹자는 갑질을 일삼다가 결국 그게 들통나 제발 짤리지만 않게 해달라 애걸한 끝에 한직으로 밀려나기도 했고, 뒤를 봐주던 사람이 없어짐과 동시에 연기처럼 사라진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그 중 가장 질기디 질긴 놈들 역시 어느날 문득 닥쳐온 정년퇴직이라는 시간의 벽만큼은 돌파할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나보다 오래 회사를 다니는 선배는 없다. 그러니 꼴보기 싫은 선배가 있다면 그가 초라한 모습으로 퇴장할 때까지 '존버'하면 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주인인 부처님한테 등 떠밀려 나간다면 모를까 밥그릇 수나 세고 자빠졌는 땡중 놈 꼴 보기 싫다고 내가 먼저 떠나면 소중한 마이 커리어에 상처 같은 주름만 생길 뿐이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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