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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Dec 31. 2022

"나 먼저 가네!"

깊은 여운을 남긴 정년퇴직 선배의 인사

2022년 마지막 근무일, 한창 업무 마감을 위해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낯익은 선배 A가 다가왔다. 오며가며 인사 정도 나누는 사이일뿐 개인적인 친분은 없는 터라 내게 무슨 볼일일까 싶었다.


그런 내 궁금증은 그가 건넨 말 한 마디로 금방 풀렸다. "나 먼저 가네!"가 그것이었다. 2022년을 마감하는 마지막 근무일임이 다시 상기되면서 '어느덧 정년퇴직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A선배가 인사를 마치고 돌아가자마자 옆자리 선배 B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저렇게 쿨한 인사법도 있었구만. 메모해 놨다가 나도 한 번 참조해야겠다"는 거였다. 그 역시 정년퇴직을 몇 년 앞둔 터라 느낌이 남달랐던 모양이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책상에는 도시락 모양의 정체불명 과일 종합세트 한 팩이 놓여졌다. 배달책을 맡아 분주히 그걸 나르고 있는 후배에게 이게 웬 거냐고 물으니 "옆 팀 C선배님이 정년퇴직 기념으로 그동안 감사했다며 돌리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남사스러워서 그 흔한 악수도 나누기 싫다'며 그렇게 인사를 대신한다는 거였다.


정년퇴직을 맞는 A선배와 C선배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하나 더 건져갈게 없을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먼저 간다며 쿨하게 떠나는 모습이 신선했다. 마지막 한 순간까지 메모지 한 쪽이라도 더 챙겨가려 기를 쓰는 사람이 대다수인데, 아낌없이 나누고 베풀며 떠나는 사람도 있구나 싶어 부러웠다.


사람은 떠날 때가 돼서 뒷모습이 보일 때 비로소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고 했다. 그래서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라고도 했다. A선배 C선배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잘 살아야겠단 반성을 해본다.


#정년퇴직 #슬기로운직장생활 #퇴직인사 #퇴사 #아름다운사람들 #뒷모습 #마무리 #포토글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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