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급 고참직원이 꼰대짓을 일삼는 이유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18

by 글짓는 사진장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살아 계실 때 효도하라는 말을 우리 자식놈들은 숱하게 듣고 공감하며 살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자식놈들을 우린 거의 보기 힘들다.


신입사원들과 함께 밖에서 밥을 먹을 때면

함께 일하는 아버지급 고참직원들이 즐겨하는 농담이 하나 있다.

"네가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버니까 밥값 좀 내라!"는게 그것이다.


농담인듯 농담 아닌 농담같은 이런 상황에 처하면 신입사원들은 대개

"에잇, 선배님도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며 웃음부터 한 입 베어물곤 한다.

하지만 고참직원 중 누군가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내가 ㅇㅇ씨하고 농담할 군번이야?" 하고 나오면

'이놈의 선배가 날이 더워서 정신이 어떻게 됐나?' 하는 표정으로 어리둥절해 하곤 한다.


그제서야 고참직원들은 "물론 월급 수령액으로 따지면야 우리가 더 많이 받긴 하지" 하며 씩 웃는다.

아무렴 그 정도 더하기 빼기도 못해서 신입한테 밥값 내란 소릴 했겠느냐는 표정이다.

그리고는 요건 몰랐지 하는 장난기 어린 표정을 얼굴 가득 담은 채

"우린 한 집안의 가장이라 내 월급 갖고 3~4명이 나눠써야 하는 반면

ㅇㅇ씨는 혼자 다 쓸 수 있으니 실수입 면에선 우리보다 한참 많은거 아냐?"라는 논리를 들이댄다.


이쯤해서 센스가 좀 있는 신입사원은 "아 그러네요" 하고 고참직원들 말에 공감하며

빈말로나마 밥 한 끼 쏘겠다고 호기를 부리기도 하는데,

그러면 고참직원들은 "아서라. 그 밥 먹고 내가 소화가 되겠냐" 하고 손사래를 치며

"정말 사고 싶으면 ㅇㅇ씨 아버지한테 한 턱 쏴!" 하는 묵직한 카운터펀치 한 방을 날리곤 한다.


그 한 마디를 하고 싶었던 거다, 결국 고참직원들은.

자식을 키우는데 있어 무슨 보답이나 대가를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다 키워놓고 보면 마치 저 혼자 다 큰 것처럼 머리를 곧추 세우며

부모는 안중에도 두지 않는 자식놈들이 한편으론 좀 서운한 거다.


그래서 '꼰대짓'이란 소릴 들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남의 자식일망정 아버지께, 부모님께 밥 한 끼 사드리라고 말해주고 싶은 거다.

아버지라는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아무리 부모라 하더라도 일방적인 짝사랑은 힘든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가끔은 자식놈들이 눈꼽만큼이라도 아는 척을 좀 해줬음 싶은 거다.

너무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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