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이 가수 송가인에 열광하는 이유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17

by 글짓는 사진장이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킨 연예인 중 송가인이라는 트롯가수가 있다.

트롯이라는 장르도 그렇거니와 외모도 소위 요즘 '먹히는'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 이상열풍이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 열풍의 원인에 대해 여러 문화평론가들과 사회학자 등이 다양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

나는 그 근저에 우리 시대 아버지들, 보다 정확히는 '흙수저' 아버지들의 역할이 상당 부분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송가인 열풍을 이끄는 팬들의 중심층이 4~50대 아버지들이라는 게 그 첫번째 이유이고,

그분들 대다수가 자영업자, 직장인 등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게 두번째 이유이다.


정치, 경제계를 주름잡는 소위 '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물론이요,

우리 아버지 세대 때만 해도 일명 '딴따라'라 낮춰보던 연예인들조차 기득권으로 성장해

아비 어미가 누렸던 특권을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는 소위 '금수저' 대열에 합류한 게 그 배경이다.


금수저라 불리는 사람들이 걸핏하면 자식들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반칙까지 일삼고 있는 세태 탓에

가뜩이나 자식들에게 뭐 하나 제대로 해준 게 없어 애가 닳다 못해 좌절과 분노까지 느끼고 있던 흙수저 아버지들이

송가인이라는 가수를 통해 춘향전 속 암행어사 이몽룡이 출두하는 것 같은 통쾌감 내지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고나 할까.


사법고시 같은 신분 사다리들이 없어지면서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태어나긴 힘들다는 세간의 통설을 통쾌하게 부수고

송가인은 경연이라는 공개적인 경쟁무대를 통해 실력 하나만으로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경연 과정이나 가족 소개 등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녀의 아버지는 지극히 평범한 흙수저 시골 농부님이었고

이같은 일련의 사실들은 우리 시대 흙수저 아버지들의 가슴에 확 불을 질렀다.


금수저 아버지 없이도 잘 자란 송가인이라는 가수가 남의 자식 같지가 않아 보였고,

흙수저 아비 때문에 상처 투성이로 가시밭길을 걸어가고 있는 내 자식들 모습이 그 위로 오버랩돼

미약한 힘들이나마 모으고 또 모아서 지지해주고 도와주고 싶다는 팬덤이 형성된 것이다.


런 팬덤이 다른 가수나 연예인들의 사례에선 보기 힘든 중장년층 아버지들 중심의 대규모 응원부대로 이어졌고,

대다수 연예인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 중인 '굿즈'조차 팬들이 직접 제작해 무료 배포하는 열정으로 승화됐다.

어떤 의미에선 팬이라기보단 그 한 명 한 명이 다 가족 혹은 매니저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아마도 그런 아버지들의 마음 속에는 '내 자식도 열심히만 하면 송가인처럼 자기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이 종교처럼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론 좀 오버스럽거나 주책 맞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떤 의미에서 우리 아버지들의 일면 극성스럽기까지 한 송가인 팬심은

당신 자식들에게 일일이 말로는 전하지 못한, 조금은 우회적이고 수줍은 사랑 고백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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