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판도 한땐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3

by 글짓는 사진장이



비록 지금은 쓰일모를 잃어 거의 폐품 취급을 받으며

벼룩시장 한 편에 나뒹구는 신세가 됐지만,

LP판도 한땐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어지간한 부잣집이 아니고선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던

오디오란 녀석 머리 꼭대기 턴테이블 위에 올라앉아

주인님의 귀를 즐겁게 해주며 전성기를 누렸더랬다.


그러나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디지털시대 도래와 함께 아날로그 시대가 저물고

CD와 MP3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LP판은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 아버지들처럼 말이다.

그 안에는 아직도 못 다 부른 노래들이 골골이 담겨있고

궁합 맞는 턴테이블만 만나면 얼마든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건만

낡고 늙었다는 이유로 어느덧 뒷골목으로 내몰리고

또 내몰리고만 있다.


LP판 시절 전성기를 누렸던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가수들은

죽은 뒤에도 CD와 MP3로 화려하게 부활해서는

여전히 세인들의 띠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반면

낡고 늙었다는 이유로 우리 아버지들은 뒷골목으로

내몰리고 또 내몰리고 있다.


우리 아버지들이 설 자리는 과연 세상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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