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12
요즘은 환경미화원이나 아파트 경비들이 하는 일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예전엔 눈이 오면 집집마다 싸리빗자루를 들고 대문 앞 눈을 쓸러 나오곤 했다.
대개는 아버지들이 그 역할을 맡곤 했는데,
여력이 되면 자기 집 앞뿐 아니라 옆집 앞, 마을길도 같이 쓸어내곤 했다.
내 가족이 눈길에 미끄러지거나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내 가족이 내 집 앞에서만 왔다갔다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할 수만 있다면 아버지들은 마을 앞 버스정류장이나 그 너머까지도
내 가족의 발길이 닿음직한 모든 곳을 싹싹 쓸어내고 싶으셨을 거다.
그런 아버지들의 마음이 모여서 예전 세상은 지금보단 한결 사람 사는 세상 같았었다.
내 가족이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날부턴가 아버지들이 제 집 앞 눈 쓰는 일조차 등한시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엔 빙판길이 사방팔방 널리고,
우린 그 위에서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비틀거리며 걷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