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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04. 2023

인터넷 조회수 28만회를 기록하면 생기는 일

지구는 여전히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




블로그 등 SNS 활동을 하다보면 조회수나 좋아요 수에 일희일비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랬다. 처음엔 '없는 거보단 많은 게 좋지 뭐' 정도로 생각했었지만, 조회수 폭발을 경험해 본 뒤론 좀 사람이 변했다.


10여년 전, 디지털카메라 보급 확산에 따라 <네이버 포토갤러리>가 꽤나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였다. 해당 코너에는 <오늘의 사진>이란 제도가 있었다. 하루에만도 수백 수천 장쯤 올라오는 아마추어 사진가들 사진 중 하나를 골라 네이버 메인화면에 걸어주는 제도였다.


선정된 사진에 대해선 유명 사진작가의 심사평까지 곁들여졌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역시 그 중의 하나였다. 풍경사진이 주류를 이루던 틈새시장을 파고 든 덕분인진 몰라도 우시장에서 담은 사진, 전통엿 농가에서 담은 사진 등 꽤 여러 장의 사진들이 <오늘의 사진>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었다.


이때 <오늘의 사진>으로 선정돼 네이버 메인화면에 소개된 사진들은 10~20만 회에 달하는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명 사진작가들의 호평이 곁들여진 덕분에 좋아요 수도 폭발했고, 댓글들도 수없이 많이 달렸었다. 나중에 <네이버 포토갤러리> 코너가 폐지되자 그 짜릿했던 선택받은 순간들이 생각나 상실감조차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브런치>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났다. 6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뒤늦은 회한에 <아버지 이야기>라는 연재물을 쓰기 시작한 직후였다. 쓰다 보니 제법 많은 글들이 쌓였고, 기왕이면 책으로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단 욕심이 생겨 브런치를 찾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브런치> 글쓰기에서 나는 한동안 잊고 살았던 조회수 폭발을 다시 한 번 경험했다. 층간소음과 아파트 실내흡연을 소재로 쓴 <아랫층 깡패 윗층 웬수>라는 글을 통해서였다. 아드레날린이 과다분비되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


문제의 그날도 나는 글을 올린 뒤 평범한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휴대폰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브런치 앱에서 보내온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라는 알림이었다.


그러더니 불과 10분도 안돼 <조회수가 2000을 돌파했습니다>라는 알림이 떴다. 다시 얼마후 <조회수가 5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1만을 돌파했습니다> 하는 알림이 떴다. 알고 보니 해당 글이 대형 포털사이트 메인에 배치됐던 거였고, 덕분에 불과 몇 시간만에 조회수는 10만을 가볍게 돌파했다.


이쯤 되자 예상치도 못 했던 곳에서 예상치 못한 반응이 불거져 나왔다. 같이 일하는 후배 하나가 "이거 선배님이 쓰신 거 아니에요?" 하고 제 휴대폰 화면을 불쑥 디밀며 아는 체를 해온 거다. SNS와는 달리 글쓰기에 관심있는 사람들만 들여다보는 플랫폼이라 생각하곤 실명에 사진까지 사용하는 여유를 부린 댓가였다.


순간 나는 SNS 비밀계정을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좀 당황스러운 심정이 됐다. 굳이 숨겨야 될 일은 아니었지만, 회사 직원들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회사 직원들이 보고 있다 생각하면 아무래도 글쓰기가 얼마간 불편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야기가 약간 옆으로 샜다. 각설하고 예상치 못한 후배 반응 덕분에 나는 조회수 10만이라는 것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이니 조회수 10만이면 500명 중 1명은 이 글을 본 셈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50년 넘게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경로로 인연을 맺어 내 휴대폰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사람만 2천 명 가까이 되니 누군가 내 글을 보게 된 게 우연은 아닌 셈이었다. 문제의 글이 최종적으로 28만회 넘는 조회수를 찍었으니 모르긴 몰라도 꽤 여러 명의 지인이 봤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인터넷의 폭발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또한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했다. 마침 대중들이 관심있어 할만한 소재의 사진 또는 글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뜬 덕분에 조회수는 폭발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로 인해 내 일상이 달라진 건 없었다.


<네이버 포토갤러리>와 <브런치>라는 두 플랫폼을 통해 나는 조회수 폭발이라는 흔치 많은 경험을 제법 많이 겪었다. 그로 인해 아드레날린이 과다분비되는 것같은 짜릿한 흥분도 느껴봤고, 분에 넘치는 많은 관심과 좋아요도 받아봤다. 하지만 결국 그런 경험들이 내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마치 10만원 혹은 100만원짜리 복권에 어설프게 당첨된 사람처럼 쓸데없는 요행수를 바라보게 됐기 때문이다. '그때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사진을 올려서 포털사이트 메인에 노출됐더라?'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내가 쓰고 싶은 글,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 아니라 누군가 <간택>해 줄 글과 사진을 은연중 찾게 됐다고나 할까.


내가 그랬듯이 이 글을 보는 다른 누군가도 그런 경험,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건 옳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냥 심심풀이로 글 몇 편, 사진 몇 장 올리고 말거라면 몰라도 앞으로도 오랜 시간 그 일을 할 거라면 말이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옷을 즐겨 입으면 SNS 같은 데서 쉽게 <인싸>가 될 순 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장거리 경주에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건 남의 옷을 대신 입어주는 <인싸>가 아니라 내 옷을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입게 만드는 <인싸 메이커>라고 생각한다. 남이 깔아준 판 위에서 광대춤을 추는 건 어린 시절 한때의 유희로 충분하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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