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4년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 공산성으로 피신했을 때 일입니다. 이 지역 부자였던 임씨는 콩고물로 버무린 맛난 떡을 한 소쿠리 만들어 임금님께 진상을 했습니다. 멀고 험한 길 오시느라 고초를 겪었을 임금님을 백성된 도리로 위로하고 싶었겠죠.
난을 피해 도망치느라 지치고 힘들었을 인조는 떡을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이 맛있는 떡 정체가 궁금해졌는지 부자 임씨에게 "이 떡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아마 나중에 궁궐로 돌아가면 신하들에게 명해 다시 한번 구해다 먹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부자 임씨는 머뭇대기만 할뿐 떡이름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인조는 자기를 위해 특별히 만드느라 아직 이름조차 짓지 못했나 보다 판단한 듯 "임씨가 만들어온 맛있는 떡이니 임에다가 절묘한 맛이라는 의미로 절미를 붙여 <임절미>라 이름하라"고 어명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이 공주 지역에서 콩가루를 묻혀 만든 떡 이름은 임절미가 됐고, 세월이 흐르면서 <임>이 <인>으로 변해 인절미가 됐다고 합니다. 제법 그럴 듯한 <썰>입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이 인절미란 이름의 유래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숨겨진 뒷얘기 같은 게 있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나 할까요. 명색이 임금님한테 올리는 떡인데 이름조차 없는 검증되지 않은 떡을 갑자기 올렸을 리는 만무하단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떡은 그 동네에선 나름 맛있는 떡이라고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표선수쯤 되는 녀석이었을 테고, 분명 이름도 갖고 있었을 거란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님 물음에 선뜻 답을 못한 것은 그 이름이 어전에서 감히 입에 담을만한 게 못 되었을 거라는 추론이 가능한 겁니다.
이를테면 개떡이니 소떡 같은 이름이었을 수도 있단 얘기죠. 사람 이름에도 개똥이니 소똥이니 막 갖다 붙이는 시대였는데, 사람도 아닌 떡 같은 거엔 무슨 말은 갖다 붙이지 못 했을까요? 개떡이 아니라 더 심한 이름도 분명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부자 임씨가 임금님 물음에 대답을 못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만일 임금님 물음에 곧이 곧대로 "개떡입니다"라고 답했었다면 십중팔구 "개가 먹는 떡을 나한테 갖다 바친 건 그럼 내가 개란 말이냐?" 하고 큰 진노를 사고 말았을테니까요. 설령 임금님은 떡을 대접한 백성의 성의가 갸륵해 가만 넘어갔더라도 신하들 중 누군가는 분명 부자 임씨를 죽여버리겠다 날뛰었을 겁니다. 부자 임씨 입장에선 생명이 걸린 문제였으니 신중할 수밖에요.
인절미의 진짜 이름은 뭐였을까요? 부자 임씨는 왜 임금님께 떡이름을 답하지 않았을까요? 정말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