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짜장면 한 그릇에 55,000원>이란 제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제목을 접한 순간 '어떤 악덕 장사꾼이 누굴 등쳐먹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니 예상과는 정반대되는 사연이었다. 결식아동들에게 무료식사를 제공하는 중국 식당이 있길래 이른바 <돈쭐>을 내줬다는 거였다. 짜장면 한 그릇을 먹은 뒤 나머지 돈은 결식아동들 돕는데 써달라며 55,000원을 주고 나왔다는 것.
다 먹은 짜장면 그릇 옆에 만원짜리 다섯장과 5,000원짜리 1장을 놓고 사진까지 찍어 올렸다. 사람들은 그 마음 따뜻한 사연에 칭찬 세례를 아끼지 않았고, 보기 드문 미담사례다 싶었는지 나중엔 언론 기사에 소개되기까지 했었다. 5만원짜리 한 장이 아닌 만원짜리 다섯 장이라는 사실에서 사연 올린 이 역시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해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로부터 채 며칠이 지나지 않은 오늘, 예기치 못한 기사 하나가 화제의 기사로 올라왔다. 예의 <짜장면 한 그릇에 55000원> 사연이 사실은 거짓말이었다는 거다. 알고 보니 해당 손님은 55,000원을 내고 간 게 아니라 5,000원만 내고 갔다는 증언이 나온 거다.
어떤 경로로 그런 인터뷰를 하게 된 건진 몰라도 해당 중국집 사장님이 직접 증언을 했다. "어떤 사람이 혼자 짜장면을 먹은 뒤 돈을 펼쳐놓고 사진을 찍길래 그런가 보다 지나쳤는데, 나갈 때는 짜장면 1그릇 값 5,000원을 내고 갔다"는 거였다. 추측컨대 누군가에게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한번 으스댈 용도로 컨셉용 사진만 찍고 간 모양이었다.
그래도 직접 SNS나 인터넷에까지 올릴 생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짜장면 한 그릇에 55,000원> 글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은 본인이 아닌 친구였다고 하니 말이다. "이건 내 친구 얘긴데..."로 시작되는 본인피셜이 많으니 진짜 친구가 올린 건진 더 지켜봐야 정확히 알수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는 "내 친구가 최근 결식아동 무료식사 제공 식당 가서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왔다"고 한 인터넷 게시판에 자랑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판은 이용자가 꽤 많아 베스트에 오르면 최대 수십만 명이 글을 읽곤 하는데, 문제의 <짜장면 한 그릇에 55,000원> 사연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까지 올라가고 말았다. 그걸 읽은 사람들 중엔 "거기 어딘지 나도 돈쭐 좀 내주고 싶다"며 나선 이들도 분명 있을 거고, 그 과정에서 거짓말이 들통나 버리고 만 거 아닌가 싶다.
SNS 열풍이 불면서 으리으리한 남의 집에 가서 내집 컨셉으로 사진을 찍거나 빌린 명품으로 명품족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부러운 시선을 날리거나, 더러는 친하게 지내고 싶다며 다가오는 사람들 반응을 즐기는 거다. 그러다가 거짓말임을 들켜 큰 망신을 자초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그런 사람들의 행렬은 좀처럼 끊이질 앟는다.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란 노래제목이 문득 떠오른다. 삐에로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삐에로 분장을 한 채 삐에로보다 더 웃기게 사는 사람들이 참 많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외로워서 그런지 어쩐지는 몰라도 삐에로보다 더 슬픈 웃음을 간직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