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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19. 2023

홍매화 맛집이 어디 화엄사 뿐이랴


봄볕을 즐기며 천천히 걷고 싶어

전북 고창 선운사를 찾았다.

도솔천을 따라 도솔암까지 가는 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로여서다.


도솔천 위로 드리워진 짙은 나무 그늘과

그 아래로 흐르는 맑은 시냇물,

굽이치는 곳마다 들려오는 청량한 물소리와

수백 수천 년 세월이 느껴지는 거목들을 벗삼아

느릿느릿 걷다 보면

어지간한 세상 시름은 잊을 수 있어서다.


그런데 그곳에서 기대치 않았던 새 벗을 만났다.

대웅전 뒷편에 수줍게 자리한 홍매화 한 그루였다.

지난 이십 몇 년간 선운사를 들락거린 게

수십 차례인데

처음 보는 녀석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가서 아는 척을 하다 보니

문득 얼마 전 화엄사 홍매화를 예찬한게 생각났다.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매화여행지> 운운하며...

세상에 홍매화는 마치 그 녀석 밖에 없다는 듯

주절주절 지껄였는데

선운사 홍매화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니

왠지 쑥스럽고 미안해졌다.


예전에 <안 예쁜 신부도 있나 뭐> 하는

광고 카피가 빅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다.

그 표현을 오마주해 말하자면

<안 예쁜 홍매화도 있나 뭐>다.


흥부네 제비 박씨 물고 오듯이

반가운 봄소식을 물고

볼이 빨개지도록 숨가쁘게 달려오는

세상 모든 홍매화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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