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을 즐기며 천천히 걷고 싶어
전북 고창 선운사를 찾았다.
도솔천을 따라 도솔암까지 가는 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로여서다.
도솔천 위로 드리워진 짙은 나무 그늘과
그 아래로 흐르는 맑은 시냇물,
굽이치는 곳마다 들려오는 청량한 물소리와
수백 수천 년 세월이 느껴지는 거목들을 벗삼아
느릿느릿 걷다 보면
어지간한 세상 시름은 잊을 수 있어서다.
그런데 그곳에서 기대치 않았던 새 벗을 만났다.
대웅전 뒷편에 수줍게 자리한 홍매화 한 그루였다.
지난 이십 몇 년간 선운사를 들락거린 게
수십 차례인데
처음 보는 녀석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가서 아는 척을 하다 보니
문득 얼마 전 화엄사 홍매화를 예찬한게 생각났다.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매화여행지> 운운하며...
세상에 홍매화는 마치 그 녀석 밖에 없다는 듯
주절주절 지껄였는데
선운사 홍매화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니
왠지 쑥스럽고 미안해졌다.
예전에 <안 예쁜 신부도 있나 뭐> 하는
광고 카피가 빅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다.
그 표현을 오마주해 말하자면
<안 예쁜 홍매화도 있나 뭐>다.
흥부네 제비 박씨 물고 오듯이
반가운 봄소식을 물고
볼이 빨개지도록 숨가쁘게 달려오는
세상 모든 홍매화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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