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23. 2023

첨단 도어락엔 없는 <맹꽁이 자물쇠>의 기능


옛날에는 <맹꽁이 자물쇠>란게 있었다.​

자물쇠는 자물쇠지만 

조금만 힘을 주거나 하면 쉽게 열리는 터라 

자물쇠 이름 앞에 <맹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 자물쇠를 뭐하러 채우느냐 의아할 거다.

지문 인식이니 홍채 인식이니 해서 

타인은 절대 못 열도록

단단히 걸어 잠그는데 혈안이 돼있는 

요즘 시대 사람들로선 이해하기 힘든 짓이니까.


답은 집주인의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옛날 집들이 사립문이니 뭐니 해서 

대문조차 허술하기 그지 없었음을 감안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다.

맹꽁이 자물쇠의 역할은 사립문이 그랬던 것처럼 

이 문 혹은 서랍은 열지 말아달라는 

경계 혹은 당부의 의미인 셈이라고나 할까.


세월이 느껴지는 오래된 마을을 걷던 중

칠이 벗겨지고 바랠 정도로 오래된 문 문고리에 

드라이버 하나를 슬쩍 찔러둔 모습을 보며 

맹꽁이 자물쇠나 사립문 등에 담긴 

옛사람들의 여유 혹은 순박한 마음을 느껴 본다.


물질만능주의시대를 살아가다 보니 

우리는 문을 잠근답시고 어느 결에 

우리 마음마저 꽁꽁 걸어 잠그고 있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맹꽁이 #맹꽁이자물쇠 #드라이버 #문단속 #사립문 #허술한 #여유로움 #배려심 #물질만능주의 #포토글래퍼 #사람이있는풍경 #국내여행 #개평한옥마을 #경남함양 #오래된집

매거진의 이전글 홍매화 맛집이 어디 화엄사 뿐이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